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해외 전시 가장 많이 나간 유물은 청자·금관 아닌 '백제 벽돌'이래요

입력 : 2026.01.12 03:30

그 유물, 진짜로 봤어?

[재밌다, 이 책] 해외 전시 가장 많이 나간 유물은 청자·금관 아닌 '백제 벽돌'이래요
박찬희·배성호 지음출판사 철수와영희|가격 1만7000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본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전통의 매력에 빠졌다고 합니다. 케데헌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한류 인기가 대단하지요. 그 덕분일까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작년 한 해 관람객 650만명을 넘겼고, 국립박물관 전체로는 1470만명을 넘겨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이 책은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해 지역별 역사·문화를 담고 있는 국립박물관 14곳을 소개합니다. 예컨대 국립대구박물관에는 섬유 산업 중심지였던 대구의 특성을 살린 복식 문화 전시실이 있지요.

박물관 전시실은 대부분 어둡습니다. 밝은 조명을 계속 비추면 유물 색상이 변하거나 재질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명이 어두우면 유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세부가 더 잘 보입니다. 넓은 박물관을 걸어 다니다 보면 쉽게 지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유물을 대충 보기보다는 관심 있는 몇 가지를 선택해 자세히 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유물부터 본 뒤 내가 보고 싶은 유물을 보는 것이죠. 박물관에는 전시실보다 수장고에 유물이 훨씬 더 많습니다. 충청 지역 국립박물관들이 함께 사용하는 국립공주박물관 수장고에는 관람객이 들어가 유물들이 관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유물의 가치는 크기나 화려함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청동기 전시실에 있는 '농경문 청동기'에는 밭 가는 남성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남성은 2000여 년 전 밭갈이할 때 쓰던 농기구 '따비'를 들고 있어요. 농경문 청동기는 부족 지도자가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지니고 다녔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책에 실린 사진으로는 커 보이지만 실제 너비 13.5㎝에 불과합니다. 한 뼘보다 작은 유물이지만 당시 농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 전시를 가장 많이 나간 문화유산은 신라 금관이나 고려 청자가 아니라 백제 벽돌입니다. '부여 외리 문양전 일괄'은 산, 귀신, 용, 봉황, 연꽃, 구름 등 섬세하고 우아한 무늬가 새겨진 정사각형 모양 백제 벽돌 8점입니다. 벽돌의 네 모서리에 홈이 파여 있어 각 벽돌을 연결해 건물의 바닥이나 벽을 장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벽돌들은 1960년부터 2019년까지 22회에 걸쳐 6408일 동안 해외에 있었다고 합니다.

박물관은 놀러 온 기분으로 문화유산을 보면서 저절로 공부가 되는 곳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을 박물관에서 실제로 보면 느낌이 다릅니다. 영화에서 본 배우를 실제로 만난 것과 비슷하지요. 그런 느낌이 바로 우리가 박물관을 찾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그 유물, 진짜로 봤어?'가 이 책의 제목인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