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여성을 '집 안의 천사'로만 보던 시대… '나'로 살겠다 결심한 소녀의 이야기

입력 : 2025.12.18 03:30

제인 에어

[꼭 읽어야 하는 고전] 여성을 '집 안의 천사'로만 보던 시대… '나'로 살겠다 결심한 소녀의 이야기
샬럿 브론테 지음이미선 옮김출판사 열린책들가격 상·하권 각각|1만1800원

"배경이 좋지 않아도 나는 소중해." 말은 쉽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마음으로 살기란 참 어렵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남과 비교하고, 조건으로 가치를 매기는 데 익숙하니까요. 그런데 숨 막히는 신분제 사회였던 1847년 영국, 세상의 편견을 보란 듯이 깨부순 소녀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지 않고 오직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투쟁한 여성의 이야기예요. 주인공 제인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얹혀살던 외숙모네에서 사촌들에게 학대당했고, 쫓겨나듯 들어간 '로우드 자선 학교'에서는 추위에 떨며 혹독하게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제인은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가르치는 세상에 의문을 품고 부당함에 맞섰지요. 그녀는 최우수 학생에 이어 교사가 된 다음 당당히 세상으로 걸어 나옵니다.

이후 제인은 '손필드 저택'에 가정교사로 들어갑니다.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는 무뚝뚝하고 괴팍한 성격이지만, 제인을 아랫사람이 아닌 대등한 친구로 대우합니다. 두 사람은 신분 차이를 넘어 깊이 사랑해 결혼을 약속합니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 로체스터에게 정신 질환을 앓는 아내가 있고, 그녀가 저택 꼭대기 방에 갇혀 있다는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집니다.

절망에 빠진 제인에게 로체스터는 애원합니다. 결혼은 못 하지만 곁에 남아달라고요. 하지만 제인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이는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여겼기 때문이었죠. 제인은 이렇게 말해요. "나는 나를 보살필 거야. 외로우면 외로울수록, 친구가 없으면 없을수록, 의지할 곳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는 나를 더욱더 존중할 거야."

로체스터를 떠난 제인은 빈털터리가 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지만, 나중에 큰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게 됩니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에서 로체스터를 다시 찾아가죠. 그때 로체스터는 화재로 아내를 잃고 시력과 한쪽 팔마저 잃은 상태였습니다. 로체스터가 부유할 때는 그를 떠났지만, 로체스터가 약해졌을 때는 다시 찾아가 그를 보듬을 수 있는 위치에서 손을 내민 겁니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여성을 가정에 헌신하는 '집 안의 천사'로만 보던 시대에 자신의 욕망과 권리를 외치는 여성 캐릭터 제인의 등장은 그 자체로 혁명이었어요. 저자는 여성 작가에 대한 편견을 피하고자 '커러 벨'이라는 남자 이름으로 책을 냈습니다. 독자들은 제인 에어 이야기에 열광했죠. 이 소설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다락방에 갇혀 있던 로체스터의 아내 관점에서 쓴 소설이 나올 만큼 문학적으로도 가치가 큽니다. 
이진혁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