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전파 반사되는 시간으로 물체 위치 파악… 하늘·바다·우주까지 활용돼요

입력 : 2025.12.09 03:30

레이더

지난달 27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어요. 또 지난 2일에는 누리호에 실렸던 초소형 위성(큐브 위성) 12개 중 9개가 우주 궤도에 잘 안착했다는 사실이 교신을 통해 확인됐지요. 지구 밖 큐브 위성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할 수 있는 건 바로 '레이더' 기술 덕분입니다. 오늘은 약 100년 전 개발된 레이더 기술이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알아볼까요?

레이더는 전파를 쏜 뒤, 전파가 물체에 부딪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분석해 물체의 위치 등을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4년 전인 1935년 영국 기상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물리학자 로버트 왓슨 와트가 개발했어요.

1945년 촬영한 영국 공군의 레이더 시설 체인 홈 모습.
/위키피디아
1945년 촬영한 영국 공군의 레이더 시설 체인 홈 모습. /위키피디아
당시 영국은 나치 독일이 '죽음의 광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적군 전투기에 타격을 줄 정도의 강력한 전파를 쏘는 것으로 소문이 나면서, 당시 위협을 느낀 영국 공군이 왓슨 와트에게 이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답니다.

왓슨 와트와 동료들은 연구를 통해 죽음의 광선이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대신 연구 과정에서 비행기 같은 물체에 전파를 쏘면 전파가 되돌아와서 물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레이더의 기본 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후 레이더가 나라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영국 공군은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과 가까운 영국 동남부 해안에 체인 홈(Chain Home)이라는 레이더 탑 19개를 설치했죠. 이 시설은 독일 폭격기의 규모와 비행 방향 등을 탐지해 공격에 대응할 수 있게 했어요.

전쟁이 끝날 무렵 레이더 탑은 50개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독일군도 전쟁 중 이 시설을 보긴 했지만,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어요.

레이더 기술은 히틀러의 '바다사자 작전'이라고 불리는 영국 상륙 작전을 막는 데도 큰 역할을 했어요. 당시 영국과 독일은 공군·해군 위주로 전투하고 있었는데, 이 작전이 성공하면 독일에 유리한 육군 위주 전투로 바뀌어 독일이 영국을 점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 작전이 성공하려면 독일군이 영국의 바다와 하늘을 먼저 장악해야 했죠. 그래서 독일은 영국 동남부에 폭격기를 끊임없이 보내며 전력을 쏟아부은 거예요. 결국 영국의 체인 홈을 뚫어내지 못한 독일은 바다사자 작전도 실행하지 못하게 됐답니다.

레이더 기술은 이후에도 무궁무진하게 활용됐어요. 배에 부착돼 암초를 미리 피하고 물고기 떼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졌죠. 기상 분야에서도 활용되면서 빗방울 등에 부딪혀 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더욱 정확한 기상 예보가 가능해졌답니다. 군사 분야에서는 더 광범위하게 쓰이게 됐는데요. 적의 미사일 폭격을 레이더로 미리 감지해 공중에서 맞받아치는 '아이언돔' 같은 방공 시스템이 대표적이랍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