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온도 내려가면 잎 알록달록해지는 꽃양배추… 겨울 화단 주인공이죠

입력 : 2025.12.08 03:30

꽃양배추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광장은 원예종(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려고 심는 식물) 경연장입니다. 새로운 꽃들이 상당히 빠른 간격으로 바뀌는 곳이죠. 그런데 이 두 곳 역시 12월이 되면 한 종류가 장악하다시피 하는데 바로 '꽃양배추'<사진>입니다. 그만큼 꽃양배추가 이 시기에 가장 적합한 식물이라는 뜻이겠지요. 꽃양배추는 초겨울에 들어서면서 온도가 낮아지면 잎이 분홍색, 진한 분홍색, 붉은색, 탁한 흰색 등 다양한 색을 띱니다. 이런 알록달록한 잎이 꽃처럼 보여 꽃이 안 피는 겨울에 꽃을 대신할 수 있는 겁니다.

꽃양배추는 추위를 잘 견디지만, 자라는 데 적당한 온도는 10~20도예요. 5도 이하에서는 자라는 것을 멈추고 영하 10도 이하에서는 얼어서 상하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꽃양배추를 소개할 때 일부에선 '영하의 날씨에도 얼지 않는 게 신기하다', '추위에도 끄떡없는 식물' 등으로 설명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겨울 길거리를 대표하는 식물이라 추위를 견디는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그런 비법도 없다는 겁니다.

김민철 기자
김민철 기자
꽃양배추는 이름이 비슷한 양배추와 학명(학문적 분류를 위해 국제적으로 붙이는 이름)도 거의 같아요. 학명은 속명, 종소명 순서로 쓰는데, 꽃양배추와 양배추는 모두 배추과 배추속 야생 겨자 식물(Brassica oleracea)입니다. 뒤에 붙는 'var.'이라는 표시 다음의 글자만 다릅니다. 둘 다 야생 겨자 식물의 변종 취급한다는 표시랍니다.

꽃양배추가 속한 배추과는 꽃잎이 네 장으로 이뤄져 있어서 꽃이 십자 모양이라 십자화과라고도 부르는데, 대부분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식물들입니다. 꽃양배추도 조건이 맞으면 당연히 꽃이 핍니다. 어느 해 4월 중순 꽃양배추를 본 적이 있는데, 40~50㎝ 정도로 꽃대를 길게 올려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일반 배추의 꽃과 같은 노란색 꽃이었죠.

배추과의 대표 식물로는 배추·무가 있습니다. 배추꽃과 무꽃은 색깔은 다르지만 모양이 비슷해요. 배추꽃은 유채꽃 비슷한 노란색으로 피고, 무꽃은 꽃잎이 연한 자주색 또는 흰색입니다. 봄철 나물을 대표하는 냉이도 꽃양배추와 같은 배추과 식물입니다. 냉이꽃은 자잘해 잘 보이지 않지만 잘 살펴보면 꽃잎이 네 장씩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또 다른 배추과 식물인 애기장대는 꽃이 피기까지 6주밖에 걸리지 않고, 기르기도 쉬워 식물 실험에 자주 쓰이는 모델 식물입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애기장대는 인류에게 식물의 비밀을 아낌없이 알려주고 있답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