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강추위 견디는 두꺼운 털… 몸에 비해 길쭉한 발로 눈밭 사뿐사뿐 걷죠

입력 : 2025.12.03 03:30

캐나다스라소니

인기리에 상영 중인 디즈니 만화영화 '주토피아2'에서는 주인공인 토끼와 여우 못지않게 새로운 악당들이 주목받고 있어요. 바로 동물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 많은 스라소니 가족이랍니다. 덥수룩한 회색 털에 쫑긋 선 귀를 가진 악당 캐릭터<작은 사진>는 실제 스라소니<큰 사진> 모습과 빼닮았죠.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호랑이가 사는 곳에 따라 아무르(시베리아)호랑이·벵골호랑이·수마트라호랑이 등으로 나뉘는 것처럼 스라소니도 서식지에 따라 네 종류가 있어요. 이 중 '주토피아2'에 등장한 녀석들은 캐나다스라소니라고 해요. 동아시아와 시베리아 등에 사는 유라시아스라소니, 남유럽 일대에 사는 이베리아스라소니에 이어 셋째로 덩치가 큰 종류예요. 이름처럼 캐나다 전역과 알래스카 등 미국 일부 지역에 살죠.

다 자란 수컷 기준으로 몸길이는 최장 1m, 꼬리 길이는 13㎝ 정도랍니다. 여느 고양잇과 맹수들과 비교하면 꼬리가 몸집에 비해 아주 작은데, 이건 스라소니의 특징이기도 해요. 캐나다스라소니가 사는 숲 지대는 몹시 추우며 폭설이 자주 쏟아진답니다. 이런 곳에서는 이동할 때 쌓인 눈에 푹푹 발이 빠지거나 벌러덩 미끄러지기 쉬운데요. 스라소니는 사자·호랑이·표범 등과 비교했을 때 네 발은 전체 몸과 비교해 상당히 길쭉해요. 또 발바닥은 평평하고 발톱도 아주 크죠.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이런 발을 가지고 있어 무게가 분산돼 눈밭이나 얼음에서도 사뿐사뿐 움직일 수 있어요. 여기에 강추위를 견디도록 아주 두껍고 푹신한 털을 갖고 있죠. 얼굴에 비해 커다랗고 쫑긋 선 귀와 귀끝의 기다란 털 역시 스라소니의 트레이드마크인데요. 독특한 모양의 귀는 먹잇감이나 천적의 움직이는 소리를 포착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돼요. 스라소니는 숲속에 매복해 있다 먹잇감을 향해 기습하는 데 능한 훌륭한 사냥꾼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퓨마·늑대·곰 등에게 목숨을 잃기도 하거든요.

'주토피아2'에서는 스라소니들이 주인공 토끼와 여우의 목숨을 위협하는데요. 실제로 캐나다스라소니는 토끼와 여우의 무서운 천적이랍니다. 캐나다스라소니가 1년 동안 사냥하는 먹잇감을 조사해 봤더니 60~90%가 북아메리카의 야생 토끼인 눈신토끼였대요. 눈신토끼를 주 먹이로 삼다 보니 신기한 현상도 관찰됐대요. 눈신토끼 개체 수가 8~11년 주기로 늘어났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스라소니 개체 수도 이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눈신토끼를 사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여우를 비롯해 들꿩이나 쥐, 사슴 등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스라소니 마릿수도 같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대요.

스라소니는 남한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북한에는 소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아메리카 원주민 신화에는 캐나다스라소니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요. 한 부족의 신화에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신령한 존재로 등장한대요. 반면 또 다른 부족의 이야기에서는 욕심 많고 어리석게 굴다가 토끼 같은 꾀돌이에게 골탕 먹는 존재로 그려진대요. '주토피아2' 내용처럼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