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유명해지려 투명 인간 된 과학자… 과학과 욕망이 만나 비극 낳았죠

입력 : 2025.12.01 03:30

투명 인간

[꼭 읽어야 하는 고전] 유명해지려 투명 인간 된 과학자… 과학과 욕망이 만나 비극 낳았죠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김석희 옮김|출판사 열린책들|가격 8800원

남들 눈에 띄지 않는 투명 인간이 된다면, 눈치 보느라 못 하던 것도 해보면서 신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7년 발표한 소설 '투명 인간'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투명 인간은 말합니다. "옷을 입으면 투명 인간의 이점을 모두 포기하고 무서운 괴물이 되어야 했지. 나는 굶주리고 있었어. 음식을 먹어서 내 몸과 동화되지 않은 물질로 나를 채우면, 그것(음식)만 눈에 보여서 기괴한 꼴이 될 테니까."

투명 인간은 눈 내리거나 비 오는 날, 안개 낀 날, 공기가 탁한 날에는 바깥에 나가지 못합니다. 눈이 몸에 내려앉고 빗물이 몸 위로 흐르면서 윤곽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탁한 공기 속에서는 먼지가 몸에 묻어 눈에 띕니다. 늘 자신의 기괴한 모습이 들킬까 봐 불안합니다.

온몸에 붕대를 감고 짙은 안경을 쓴 투명 인간을 사람들은 수상하게 여깁니다. 여인숙에 머물던 투명 인간은 어느 날 사제(성직자)의 집에서 돈을 훔쳤다고 의심받습니다. 여인숙 여주인이 계속 따져 묻자, 여주인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 투명 인간은 안경과 붕대를 벗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라 아수라장이 됩니다. "마귀야!" "머리가 전혀 없어." "저건 사람이 아니야."

경찰관을 앞세워 투명 인간을 잡으려 했지만 모두 허둥지둥할 뿐입니다. 투명 인간은 한 술집에서 총격까지 당하고 겨우 달아나, 대학 동문으로 알고 지내던 의사인 켐프 박사에게 사연을 털어놓지요. "나는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그리핀이야. 내가 나 자신을 투명 인간으로 만들었어. 자네가 아는 보통 사람과 똑같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야." 그러나 켐프는 그리핀이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죠.

그리핀이 투명 인간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지만 켐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핀은 자신의 과학적 능력을 세상에 과시하고 단번에 유명해지고 싶어 투명 인간 되는 법을 연구했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을 겁먹게 해서 도시를 지배하고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죽이려 한다는 계획도 털어놓습니다. 켐프는 그리핀 몰래 경찰서에 연락을 했습니다. 경찰과 마을 사람들이 몰려오자 그리핀은 달아났지만 결국 붙잡혀 군중의 집단 폭행으로 사망합니다.

그리핀은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욕심으로 투명 인간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잘못과 폭력성을 두려워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공포를 더 키웠죠. 그리핀의 욕심과 사람들의 혐오, 무엇이 비극을 불러왔을까요? 허버트 조지 웰스는 과학 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과학기술이 인간의 욕망과 만났을 때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에도 과학의 힘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되묻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미가 있지요.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