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일제강점기 '도미빵'서 유래했어요

입력 : 2025.11.25 03:30

붕어빵

'붕세권'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집 근처에 붕어빵<사진> 노점이 있는 지역을 뜻해요. 추운 겨울날 따뜻하고 달콤한 붕어빵이 얼마나 인기 많은 간식인지 알 수 있죠. 최근에는 앱을 통해 가까운 붕어빵 노점 위치를 동네 주민들과 공유하기도 해요. 매년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는 붕어빵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등장했는지 알아볼까요?

[사소한 역사] 일제강점기 '도미빵'서 유래했어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간식을 만들 때 쌀을 사용했어요. 밀가루는 귀해서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특별한 날 음식에만 썼죠. 서민들이 밀가루 간식을 접하게 된 건 19세기 말 중국 상인들이 지마병, 지단병처럼 밀가루 반죽에 고기나 야채 등을 엷게 다져 넣고 동그랗게 구운 길거리 음식을 싼값에 팔면서부터입니다. 조선 사람들은 이것을 호떡, 즉 오랑캐(胡·오랑캐 이름 호)의 떡이라고 불렀어요.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떡에 깨나 꿀을 넣어 먹었어요.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밀가루 간식이 우리나라로 전파됐습니다. 바로 다이야키라는 물고기 모양 빵인데요. 묽은 밀가루 반죽에 설탕을 섞어 달콤하게 만든 뒤, 틀에 반죽물과 팥소를 넣고 굽는 풀빵이에요. 다이야키는 도미라는 뜻의 다이(鯛), 굽는다는 뜻의 야키(焼)가 이름으로 합쳐진 도미 모양 풀빵입니다. 다이야키는 1900년대 초반 도쿄의 한 풀빵 가게에서 처음 만들어졌어요. 당시 값비싼 생선이던 도미 요리를 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인기가 많았지요.

다이야키는 1930년 무렵 우리나라에 전해졌다고 해요.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에는 '근래에 호떡, 왜떡, 로서아(러시아)빵, 타 과자가 생긴 뒤로 떡집이 적어지고 떡의 종류가 줄어 간다'는 글이 실리기도 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왜떡은 다이야키 같은 일본식 풀빵이에요. 우리나라는 일본만큼 도미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점차 익숙한 붕어 모양으로 자리 잡게 됐답니다.

경성에서 유행하던 붕어빵이 전국으로 확산된 시기는 1960년대 이후죠. 미국의 원조로 우리나라에 밀가루가 많이 보급되면서 싼값에 배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풀빵이 만들어진 겁니다. 이후 땅콩, 국화 모양 틀 등이 나타나며 밀가루 간식이 우리에게 익숙해졌어요.

그럼 우리나라의 붕어빵과 일본의 다이야키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붕어빵보다 크기가 큰 다이야키는 재료도 그만큼 많이 들어가서 잔잔하게 오래 익혀야 했어요. 또 다이야키 가게들이 하나씩 정성 들여 만드는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에 틀을 집게 모양으로 만들었죠. 그래서 사람이 직접 틀을 들고 앞뒤로 세심하게 구워야 했어요.

반면 붕어빵은 여러 개의 틀이 이어져 있어서 한 번에 붕어빵 여러 개를 신속하게 구워낼 수 있죠. 그래서 우리나라의 붕어빵은 '1000원에 3개'처럼 여러 개씩 파는 방식이 익숙하답니다. 속재료 양도 다이야키보다 적어서 높은 온도로 빨리 구울 수 있어요. 한국인이 좋아하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만들어 내기에 적합하답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