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우리 마음 속의 나쁜 얼굴 '하이드'… 숨기지 말고 마주할 용기 가져야 해요
입력 : 2025.11.20 03:30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송승철 옮김|출판사 창비|가격 1만2000원
이야기는 어터슨이 기이한 소문을 듣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한밤중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남자가 어린아이를 짓밟고 아무렇지 않게 가버렸다는 얘기예요. 분노한 사람들이 그를 붙잡자 하이드는 수표 한 장을 내미는데, 그 수표에 적힌 주인 이름이 뜻밖에도 런던에서 가장 명망 높은 신사인 헨리 지킬 박사였대요. 어터슨은 지킬이 하이드에게 협박당하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이후 하이드는 길 한복판에서 노인을 지팡이로 살해하고 사라집니다. 그 뒤로 지킬은 방 안에 틀어박혀 누구도 만나지 않죠.
지킬 박사는 부·명예·재능을 모두 갖췄지만, 사회적 체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고 살았어요. 그래서 그는 낮에는 지킬로 명예를 누리고 살다가, 밤에는 직접 만든 약물을 먹고 하이드로 변신해 죄책감 없이 쾌락을 즐기려 했죠. 초반에는 약물을 마시면 다시 지킬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는 점점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하이드가 점점 강해져서 나중에는 약물을 먹지 않아도 지킬의 의지를 밀어내고 불쑥 튀어나오게 된 거예요. 게다가 그동안 약물이 낸 효과는 우연히 섞여 들어간 '정체불명의 불순물' 덕분이었습니다. 새 약물을 만들려고 보니 그 성분을 다시 구할 방법이 없었죠. 결국 마지막 남은 약물을 마시고 더 이상 지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그는 자신의 비극을 기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은 완전히 분리된 채 존재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의 겉모습이 점잖다고 해서 마음까지 선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지킬과 하이드가 함께 살고 있을 겁니다. 어떤 사람은 학교와 가정에서는 예의 바른 지킬로 보이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소셜미디어에서는 하이드의 얼굴을 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죠. 이 책은 자신의 악한 면과 약한 면을 무조건 부정하는 대신, 그것이 자신의 일부임을 정직하게 마주할 때 비로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고 진정한 인간다움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