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배꼽은 흉터인데 왜 안 사라질까… '배꼽집' 때문이래요

입력 : 2025.11.18 03:30

배꼽이 오목한 이유

혹시 자기 배꼽을 보면서 '왜 이렇게 생겼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없나요? 배꼽은 우리가 갓난아기였을 때 탯줄이 떨어지면서 생긴 흔적이에요. 일반적인 흉터는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고 자국이 점차 메워지지만, 배꼽만은 유독 배 안쪽으로 쏙 들어간 모양 그대로 남습니다. 왜 그럴까요? 최근 일본에서 배꼽이 왜 오목한지 과학적으로 밝힌 연구 결과가 처음 나왔습니다. 오늘은 배꼽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모양을 갖게 됐는지, 그리고 흉터임에도 불구하고 평생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볼게요.

몸에서 가장 오래된 흉터

엄마 뱃속의 태아는 탯줄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요. 탯줄은 엄마 자궁 벽에 붙어 있는 '태반'과 연결돼 있어요. 아기가 태반과 함께 엄마 몸속에서 나오면 탯줄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집게로 단단히 집은 뒤 짧게 잘라내요. 탯줄 안에는 혈관이 있어서 집게로 막아주지 않으면 피가 많이 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배꼽은 이렇게 잘라낸 탯줄이 떨어지고 난 뒤 남은 자리입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배꼽 모양도 제각각이에요. 안쪽으로 쏙 들어간 오목 배꼽이 대부분이지만, 바깥으로 톡 튀어나온 볼록 배꼽도 가끔 볼 수 있죠. 탯줄은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아기 배 쪽에 조금 남겨둔 채 잘라내는데, 이 짧은 탯줄은 생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끝부분이 말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그 뒤 남은 상처가 어떻게 아물었는지가 배꼽 모양을 결정해요.

보통 신생아의 90%는 가운데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배꼽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배를 이루는 구조(복벽)는 피부, 지방층, 근육, 근육막(깊은 근육막), 복막, 복강(장기가 있는 공간) 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탯줄이 떨어진 뒤 상처가 아물 때 배꼽 주변의 피부와 근육이 안쪽으로 당겨지면서 근육 조직이 닫히고 피부 조직이 자리를 잡으면 오목한 모양의 배꼽이 자리 잡습니다.

일부 신생아의 배꼽은 바깥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참외 꼭지 부분을 닮았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참외 배꼽'이라고 부르죠. 참외 배꼽은 대부분 '배꼽 탈장' 때문에 생깁니다. 탯줄이 떨어진 뒤 배꼽 아래 근육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 배에 힘이 들어가 복압이 높아지면, 배 안쪽 장기가 그 틈으로 밀려 피부 아래까지 불룩하게 나오는 것이죠. '배꼽 빠지게 웃었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웃을 때 배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상황을 다소 과장했을 뿐, 과학적 근거가 있는 표현인 셈입니다.

다행히 갓난아기 때 생기는 배꼽 탈장(선천성)은 90% 이상이 두 살에서 네 살 사이에 근육막 틈새가 자연스럽게 닫히면서 사라져요. 하지만 약 10%는 이 틈이 완전히 막히지 않아 성장한 뒤에도 돌출된 형태로 남을 수 있습니다. 선천성 참외 배꼽은 건강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모양이 신경 쓰인다면 수술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어요.

[재미있는 과학] 배꼽은 흉터인데 왜 안 사라질까… '배꼽집' 때문이래요
배꼽집이 피부를 근육막 층에 고정해 모양 유지

보통 몸에 생긴 흉터는 시간이 지나면 표면이 매끄러워지거나 색깔이 옅어지며 서서히 사라져요. 그런데 배꼽만은 예외예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요?

지난 9월 일본 도쿄과학대 연구진은 '배꼽은 왜 오목한가?(Why is the Umbilicus Concave?)'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배꼽이 왜 평생 오목한 모양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처음으로 제시했어요. 연구진은 기증받은 시신 5구의 배꼽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거나 절개해, 배꼽 표면 피부(표피) 바로 아래부터 원통형으로 깊게 뻗어 있는 촘촘한 콜라겐 섬유 조직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구조에 '배꼽집'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연구진에 따르면, 원통 모양의 배꼽집이 피부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줘서 근육막에 단단히 고정시키기 때문에 배꼽이 평생 오목한 형태를 유지하는 거래요. 뱃속 장기들이 배꼽 부위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힘이 나타나도, 배꼽집 섬유 조직이 단단한 지지대처럼 버티며 모양을 유지하는 것이죠. 마치 선박이 바람이나 파도에 흔들리지 않도록 닻으로 고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배꼽이 알려주는 내 몸 위험 신호

배꼽 모양은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짐작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신생아의 참외 배꼽은 대부분 배꼽이 완전히 아물기 전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성인의 배꼽이 튀어나오는 경우는 건강 문제와 연관될 수 있대요. 대표적인 것이 후천성 배꼽 탈장입니다. 배꼽 부위 복벽이 약해져 장기가 밖으로 밀려 나오는 질환이에요. 노화나 비만이 주요 원인이고, 여성은 임신 후 복벽이 약해지면서 생기기도 해요.

약간 도드라진 정도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배꼽이 버튼처럼 완전히 바깥으로 튀어나온 형태라면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장이 끼어 혈류가 막히면 큰 수술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주의하고, 기침·변비처럼 복압을 높이는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좋아요. 탈장은 자연 치유가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지속되면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배꼽은 안쪽으로 들어간 구조라 먼지와 박테리아가 쉽게 쌓일 수 있어 위생 관리도 중요해요. 다만 손가락이나 면봉 등으로 배꼽을 무리하게 긁거나 닦으면 배꼽 주변 통증이나 배꼽 안에서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냄새가 심해지거나, 배꼽 주위가 붓고 노란 분비물·통증·가려움이 나타난다면 염증이 생긴 것이므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정해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