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강약약강' 아Q와 주변 인물 이야기 20세기 초 중국 사회 모습 담았죠

입력 : 2025.11.17 03:30

아Q정전

[꼭 읽어야 하는 고전] '강약약강' 아Q와 주변 인물 이야기 20세기 초 중국 사회 모습 담았죠
루쉰 지음|전형준 옮김|출판사 창비|가격 1만3000원

1921년 중국 작가 루쉰은 '아Q정전'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소설을 발표했어요. '아(阿)'는 친근하고 만만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고, 'Q'는 책 속에서 사람들이 주인공의 정확한 이름을 몰라서 붙인 가명이죠. 그리고 '정전(正傳)'은 한 사람의 일생을 기록한 이야기라는 뜻이에요. 이 책 제목을 풀어보면 '사람들이 낮잡아보던 Q라고 불린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아Q는 직업 없이 하루하루 일당을 받으며 일을 하고, 집도 없어서 마을 사당에 삽니다. 아Q는 늘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얻어맞지만 스스로는 거의 완벽한 사람이라고 믿어요. 현실에서는 지더라도 머릿속에서 억지로 승리로 바꾸는 자신만의 '정신 승리법' 덕분이죠. 예를 들어 노름에서 돈을 잃으면(패배) 그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린 뒤 "때린 것(오른손)이 자기라면 맞은 것(얼굴)은 또 하나의 자기인 것 같았고, 잠시 후에는 자기가 남을 때린 것(승리) 같았으므로" 만족해합니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승리라는 결론을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죠.

아Q는 마을 불량배 왕(王) 털보와 다투다 맞거나, 외국 유학을 다녀와 마을 사람들이 '가짜 양놈'이라고 부르는 이에게 지팡이로 얻어맞았을 때도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을 받습니다. 왕 털보와 가짜 양놈에게 맞고 난 뒤, 아Q는 길에서 마주친 젊은 비구니(여자 승려)에게 침을 뱉고 그녀의 볼을 꼬집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왕 털보도 잊어버렸고 가짜 양놈도 잊어버렸으며, 오늘의 모든 재수 없음에 대해 복수한 것 같았다"고 여깁니다. 강자 앞에서는 움츠러들지만 약자는 함부로 대하는 거죠.

아Q는 사람들이 혁명 세력인 혁명당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강한 편에 서고 싶다는 생각에 혁명당에 들어가려 해요. 하지만 혁명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조차 몰랐기에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됩니다. 이후 마을의 부잣집인 짜오씨 집이 강도를 당하자, 아Q는 만만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범인으로 몰려 끌려가 거짓 자백을 강요당해요. 그는 끝내 공개적으로 처형당하고 말죠. 아Q가 죽자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Q가 나쁘다. 총살당한 것이 그가 나쁘다는 증거다. 나쁘지 않다면 어째서 총살까지 당했다는 말이냐."

루쉰이 그려낸 아Q와 주변 인물들은 20세기 초 중국 사회의 자화상입니다. 이들은 소신 없이 휘둘리고, 패배를 억지로 승리로 바꾸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강자 앞에서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만 약자는 함부로 대하고,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만 받아들입니다. 루쉰은 중국 사회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랐기에 이 소설을 썼습니다. 소설은 작가가 지어낸 허구입니다. 하지만 '아Q정전' 같은 문학작품은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진 않더라도 당시 시대의 진실을 더 날카롭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