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수많은 우연이 만들어낸 우주의 역사… 그 안에서 기적같은 '나'의 존재 깨닫죠

입력 : 2025.11.13 03:30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재밌다, 이 책] 수많은 우연이 만들어낸 우주의 역사… 그 안에서 기적같은 '나'의 존재 깨닫죠
빌 브라이슨 지음이덕환 옮김출판사 까치|가격 2만5000원

"환영하고 축하한다. 당신이 이렇게 와줘서 기쁘다." 이 책은 이런 인사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무엇을 축하한다는 걸까요? 바로 여러분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우리가 지금 살아 숨 쉬기 위해서는 135억 년 전 우주가 처음 생길 때 원자들이 정교하게 배열돼야 했고, 38억 년 전 지구에 처음 생명이 태어난 뒤 생명의 흐름이 한 번도 끊기지 않아야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그 여정을 따라가는 과학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과학자가 아니에요. 오히려 과학을 싫어했던 작가였습니다. 어느 날 그는 이런 의문을 품습니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지구가 수십억 년 됐다는 걸 알고, 수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 떨어진 별의 존재를 알아낸 걸까?' 답을 찾기 위해 그는 3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을 찾아다니며 끈질기게 질문하고 배웠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죠. 덕분에 과학을 잘 모르는 독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답니다.

저자는 '빅뱅 이론(우주가 대폭발로 시작됐다는 이론)'을 설명하며,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순간의 아찔함을 전합니다. 또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와 철 같은 원소들이 사실 머나먼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져 초신성 폭발(거대한 별이 폭발하는 현상)로 우주에 흩뿌려졌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우주에 흩어진 '별의 먼지'가 모여 지구와 생명을 이루게 된 것이지요. 우주 이야기가 끝나면 저자는 시선을 지구로 돌리는데요. 지구가 어떻게 지금 모습이 됐는지, 생명의 탄생과 진화, 세포와 DNA 등 그야말로 '거의 모든 것'을 탐험하듯 소개합니다.

이 책은 과학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산소를 최초로 발견했지만 발표 시기를 놓쳐 명성을 빼앗긴 '셸레',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모습도 담았습니다. 또 당시 휘발유에 가득했던 금속 원소 '납'이 전 세계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끔찍한 진실을 발견한 과학자 '클레어 패터슨'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독자는 과학이 딱딱한 공식이 아니라 실수와 우연, 그리고 인간의 열정이 만들어낸 위대한 드라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무엇보다 큰 울림은 이 모든 이야기 끝에 '지금 여기의 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찾아옵니다. 저자는 지구 나이 45억년을 두 팔을 길게 뻗은 길이로 비유하는데요. 그 긴 시간 속에서 인류의 역사는 손톱을 한 번 갈아낼 때 떨어지는 가루보다도 작대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행운과 기적이 겹쳐 태어난 존재입니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이 순간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느껴질 것입니다. 
이진혁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