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짝짓기 때 목이 '빨간 풍선'처럼 부풀어… 착륙 않고 두 달간 날 수 있어요
입력 : 2025.11.12 03:30
군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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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의 조류 사진가 상에서 대상을 받은 ‘군함조와 다이아몬드 링(The Frigatebird and the Diamond Ring). /리론 거츠만
군함조는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바다 적도 부근과 남반구 따뜻한 지역에 살아요. 바닷새는 육지에 사는 새보다 비행 솜씨가 뛰어난데 군함조는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죠. 군함조라는 이름도 뱃사람들이 보기에 빠르고 힘차게 날아가는 모습이 전투용 배인 '군함'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었대요. 한번 날면 속도를 시속 150㎞ 넘게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공중에서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거나, 수면에서 단숨에 치솟아 구름 속으로 사라지곤 해요.
오래 날 수도 있어서 방향만 잘 잡으면 날개를 퍼덕이지 않고도 한 번에 60㎞ 거리를 날기도 하죠. 며칠, 몇 주씩 날기도 하는데 두 달 동안 착륙하지 않고 계속 날았다는 기록도 있어요. 몸 구조는 비행에 최적화돼 있는데, 다 자란 군함조가 두 날개를 펼치면 그 길이가 2.4m에 이른답니다. 몸무게는 아무리 많이 나가도 2㎏이 넘지 않고요. 날개를 편 길이는 맹금류(사나운 육식성 조류) 흰머리수리와 비슷한데, 몸무게는 군함조가 흰머리수리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아요. 몸집에 비해 크고 긴 날개 덕에 고속 비행과 급상승·강하에 능숙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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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리태니커
이런 신체 특성을 이용해 군함조는 자신만의 사냥 기술을 갖게 됐어요. 바로 '도둑질'입니다. 제 힘으로 직접 잡기도 하지만, 다른 새가 사냥한 먹잇감을 빼앗는 경우가 더 많대요. 다른 바닷새가 물고기를 물어오는 걸 노리고 있다가 단숨에 쫓아가 꼬리나 날개를 잡아당기는 식으로 못살게 굴어요. 다른 새가 이를 못 견디고 물고 있던 먹잇감을 떨어뜨리거나, 삼킨 것을 토해 내면 잽싸게 가로챈답니다. 군함조 여러 마리가 협업해 강탈 작전을 벌이기도 한대요.
군함조의 트레이드마크는 짝짓기 철 수컷에게서 볼 수 있는 빨간 목주머니랍니다. 어떤 새들은 번식기가 되면 암컷의 마음을 얻으려는 수컷들의 몸이 몰라보게 화려해져요. 수컷 군함조의 덩치는 암컷보다 약간 작은데, 짝짓기할 때가 되면 쭈글쭈글하던 부리 아래 목주머니가 선명한 빨간색을 하고 터지기 직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