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부담 없이 드나드는 '사랑방'처럼… 한옥적 요소 더한 복합 문화 공간

입력 : 2025.11.11 03:30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가 세종문화회관 옥상에 정원을 만든다는 계획을 지난달 공개했어요. 세종문화회관의 옥상은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라 옥상이 조성되면 어떤 모습일지 큰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개관 이후 50년 가까이 서울 한강 북쪽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시설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시작됐어요. 1956년 이승만 정부는 다목적 공연장인 서울시민회관을 짓기 시작했어요. 당시 부민관(현 서울특별시의회)과 시공관(현 명동예술극장)을 제외하면 행사나 공연 등을 열 수 있는 문화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1961년 4층짜리 건물에 10층 높이의 탑이 결합한 모양의 서울시민회관이 완성됐어요. 그러나 1972년 대형 화재로 건물이 모두 불에 타면서 철거 후 새로운 시설을 세우게 됩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전경. 서울의 대표적 문화·예술 시설인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문을 열었어요.
/서울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전경. 서울의 대표적 문화·예술 시설인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문을 열었어요. /서울시
당시 박정희 정부는 5000석 규모의 대강당과 국제회의장, 공연장이 모두 있는 만능 복합 문화 시설을 만들고 싶어 했어요. 또 한국의 전통을 강조하기 위해 기와나 서까래(한옥 지붕의 뼈대)가 건물 외부에 드러나길 원했죠. 그러나 설계를 맡은 엄덕문 건축가는 "건축은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우리 정서와 전통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며 박정희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대요.

그는 기와나 서까래를 만들진 않았지만, 대신 현대적인 방식으로 한국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 했어요. 높은 돌계단과 그 위에 넓은 돌바닥을 만들어서, 한옥의 안마당처럼 보이게 했어요. 시민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고, 높은 곳에 올라 도심 소음과 혼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는 목표도 있었어요. 이를 통해 세종문화회관을 서울의 '사랑방'으로 만들고자 했답니다.

세종문화회관의 하이라이트인 세종대극장은 대형 오페라나 뮤지컬을 상영할 수 있도록 4200석 규모로 지었어요. 당시 동양 최대급이었던 파이프오르간도 들여놨죠. 지금은 3000석이 조금 넘습니다. 대극장 지붕은 한옥의 처마처럼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종문화회관은 점점 변했어요. 국제회의장은 세종체임버홀로, 소극장은 M씨어터로 바뀌었죠. 세종문화회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땐 차도에 바짝 붙어 있었는데 이젠 바로 앞 광화문 광장이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시민들이 한결 더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가 됐답니다. 이제 옥상에 정원까지 생기면 엄덕문 건축가가 꿈꿨던 '서울의 사랑방'에 한층 더 다가선 모습이 될 것입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