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밤하늘에 일렁이는 오로라, 우리나라서도 관측됐대요

입력 : 2025.11.11 03:30

오로라

오는 27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를 할 예정이에요. 누리호는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로 올려주는 로켓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여기에 오로라 전용 카메라인 '로키츠(ROKITS·Republic Of Korea Imaging Test System)'를 실어 우주로 보내요. 앞으로 로키츠가 우주를 돌면서 우리에게 전해 줄 오로라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오늘은 이 오로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나라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오로라 원리, 네온사인과 같아

인터넷에 '오로라(aurora)'를 검색하면 밤하늘에 일렁이는 빛을 담은 사진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초록색이나 붉은색, 오묘한 보라색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어떻게 공중에 알록달록한 빛이 떠 있는 걸까요? 오로라는 지구 밖에서 들어오는 많은 양의 에너지(고에너지) 입자가 우리 지구를 둘러싼 공기층인 대기와 부딪혀 빛을 내는 현상입니다. 대기가 빛을 내는 원리는 우리 주변 간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는 방식과 같아요.

네온사인은 유리관으로 이뤄져 있죠. 유리관에 기체를 채우고 양쪽에 전극을 달아서 전류를 흐르게 하면 전극에서 전자가 튀어나와 유리관 속 기체와 부딪힙니다. 이때 전자에 에너지를 받은 기체는 '들뜬 상태(에너지가 높아진 상태)'가 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바닥 상태(에너지가 낮고 안정된 상태)'로 가라앉습니다. 들뜬 상태에서 바닥 상태로 돌아오면서 전자에 받은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다시 내보내게 되는데, 이게 바로 오로라가 생기는 원리랍니다. 기체 종류에 따라 내보내는 빛 색깔이 달라져요. 네온사인을 대표하는 붉은색은 바로 '네온(Ne)' 기체가 내는 색이에요.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오로라 색깔 다양한 까닭은

오로라의 색도 지구 대기를 구성하는 입자 종류에 따라 달라져요. 지구 대기는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등 여러 기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로라가 나타나는 고도 100㎞ 이상 높은 하늘에는 주로 산소 원자(O)가 존재하는데, 오로라의 대표적인 색인 초록색과 붉은색이 바로 이 산소 원자에서 나온답니다. 오로라는 보통 고도 100~200㎞ 사이 하늘에서는 초록색으로, 그보다 높은 곳에서는 붉은색으로 나타나요. 산소 원자는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으면 초록빛을, 적게 받으면 붉은빛을 내보냅니다. 같은 산소 원자에서 나오는 빛이지만,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죠. 그리고 대기를 구성하는 입자들이 빽빽한 낮은 고도에서는 산소 원자가 빛을 내기도 전에 근처에 있는 다른 입자와 부딪히면서 에너지를 잃어버리기도 해요. 붉은색 오로라가 그렇습니다. 대기 밀도가 낮아 충돌이 뜸한 높은 고도에서만 보여요.

고도 100㎞ 아래로 내려오면 대기 속에는 산소 원자보다 질소 분자(N₂)가 더 많아집니다. 에너지를 받은 질소 분자가 들뜬 상태에서 바닥 상태로 돌아올 때 보랏빛을 내기 때문에, 낮은 하늘에서는 오로라가 보랏빛으로 보이는 거예요.

오로라를 만드는 고에너지 입자는 어디서 올까

산소 원자, 질소 분자 같은 지구 대기 속 입자에 에너지를 전해주는 것은 바로 태양에서 온 입자들입니다. 태양은 이온과 전자로 이루어진 '플라스마'를 끊임없이 내보내는데, 이를 태양풍이라고 부릅니다. 지구는 거대한 자석과 같아서 지구 자기장이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때때로 태양풍에 실린 일부 입자가 이 자기장 속으로 들어오기도 해요. 이렇게 들어온 입자가 자기력선(자기장의 크기와 방향을 나타내는 선)을 따라 지구 대기로 들어와 산소 원자나 질소 분자 같은 대기 입자를 만나 오로라를 만드는 거죠.

지구 자기력선은 북극과 남극을 중심으로 모여 있어요. 그래서 오로라가 나타나는 지역은 지구를 둘러싼 고리 모양으로 생겼고 이를 '오로라 타원체'라고 부릅니다. 캐나다 옐로나이프나 아이슬란드처럼 오로라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 바로 이 오로라 타원체에 속해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오로라 보기 어렵다고?

우리나라에선 왜 오로라를 보기 힘들까요? 오로라 타원체의 중심은 지구 자기장(지자기)의 남북극입니다. 현재 지자기 북극은 캐나다 북부에 있습니다. 오로라 타원체가 아무리 커진다고 해도 대한민국까지 닿기는 쉽지 않은 것이죠.

그러나 과거 '삼국사기'나 '고려사' 등에는 오로라를 목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들이 있습니다. 지자기 남북극은 지구 자전축을 기준으로 하는 지리적 남북극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동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오로라 타원체의 위치가 지금과 달랐을 가능성이 있어요. 당시 지자기 북극이 시베리아 북쪽에 있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지금보다는 자주 오로라를 볼 수 있었을 거예요.

또 태양이 재채기하듯 에너지를 한꺼번에 뿜어내는 현상인 '태양 폭발'이 일어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많은 양의 입자가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오로라 타원체의 크기가 커지고, 극지방을 넘어 미국이나 유럽 등 중위도 지역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될 수 있어요. 요즘처럼 태양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태양 폭발도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오로라를 볼 기회가 더 많아질 거예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5월 오로라가 관측됐답니다. 강원도 화천군에서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관측했죠. 무려 21년 만이었어요. 
이우경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기획·구성=정해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