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명화 돋보기] 모나리자·절규 같은 세계적 그림들… 도난 후 더 유명해졌죠

입력 : 2025.11.10 03:30

도둑맞은 그림

최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품 도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박물관에 침입한 도둑들이 나폴레옹 1세가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옛 왕실 보석 8점을 훔쳐 달아났죠. 도난당한 이 보석들의 가치가 약 8800만유로(약 1484억원) 수준이라고 해요. 문화유산 차원의 손실까지 합친다면, 금액으로 따지기 어려울 겁니다. 프랑스 정부도 '값을 매길 수 없는 문화유산적 가치'라고 표현했죠.

루브르 박물관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의 '모나리자'도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당했다가 되찾은 적이 있어요. 오늘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어떤 작품들이 사라졌고 이후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겠습니다.

❶1913년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에서 미술관장 등이 '모나리자'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모나리자'는 이후 원래 있던 곳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으로 돌아갔습니다.
❶1913년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에서 미술관장 등이 '모나리자'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모나리자'는 이후 원래 있던 곳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으로 돌아갔습니다.
❷도난당한 모나리자가 이탈리아에서 발견되자, 프랑스의 한 신문에 '모나리자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어요.
❷도난당한 모나리자가 이탈리아에서 발견되자, 프랑스의 한 신문에 '모나리자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어요.
도난 이후 더 널리 알려진 그림

'모나리자'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일 겁니다. 그러나 1911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당할 당시만 해도 모나리자는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다고 해요. 이탈리아 청년인 모나리자 도둑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잠시 일한 경험을 살려 혼자 그림을 훔칠 계획을 세웠어요. 도둑은 낮 동안 박물관 창고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자 작품을 외투 안에 숨긴 채 갖고 나왔습니다. '프랑스 나폴레옹의 군대가 이탈리아에서 가져간 그림이고, 이탈리아로 돌려놓아야 맞는다'는 생각이 범행의 동기가 됐다고 해요. 다만 모나리자는 다빈치가 프랑스 왕의 초청을 받아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가지고 있다가 세상을 떠나면서 프랑스 왕실에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범인은 모나리자를 2년 동안 자신의 집에 보관하다가,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그림을 팔려다 붙잡혔습니다. <사진 1>은 1913년 우피치 미술관에 도착한 모나리자를 미술관장과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모습이에요. <사진 2>는 모나리자를 되찾았다는 소식이 커다랗게 실린 당시 프랑스의 한 신문 지면입니다. 도난부터 회수에 이르기까지 모나리자는 큰 관심을 받았고,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에 가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났지요. 원래 모나리자는 전시장 벽에 걸어 두기만 했는데, 점차 보호를 강화해 지금은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에 전시돼 있답니다.

❸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절규'. 뭉크는 절규를 여러 장 그렸는데, 오슬로 뭉크 미술관에 있는 이 작품은 2004년 복면 강도에게 도난당했다가 2년 뒤 되찾았지요.
❸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절규'. 뭉크는 절규를 여러 장 그렸는데, 오슬로 뭉크 미술관에 있는 이 작품은 2004년 복면 강도에게 도난당했다가 2년 뒤 되찾았지요.
<사진 3>은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절규'입니다. 이 그림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어요. 혼자서 길을 가다가 갑자기 멈춰 선 채 손으로 얼굴을 감싼 그림 속 사람은 현대인이 겪는 불안과 두려움을 보여줍니다. 뭉크는 십 수년에 걸쳐 '절규'를 각기 다른 버전으로 4개 그렸어요. 그중 달걀노른자와 물을 섞은 템페라(Tempera)와 유화 물감으로 1910년에 그린 버전은 노르웨이 오슬로 뭉크 미술관에 있습니다. 그런데 2004년 복면 강도들이 대낮에 총을 들고 뭉크 미술관에 들어와 이 그림을 가져갔어요. 당시 미술관에 있던 사람들은 절규 그림 속 공포를 경험했죠. 도난 사건을 계기로 절규는 더욱 널리 알려졌습니다. 작품 속 불안의 의미가 실제 사건과 겹치면서 그림이 한층 생생해졌기 때문이에요. 그림은 2년 만에 되찾아 복원을 거쳤지만, 약간의 손상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❹1767년 혜잠 스님이 그린 '신중도'. 경북 예천군 보문사에 보관되던 중 1989년 도난당했어요. 도난 사실을 모르고 그림을 입수한 미국 시카고대 스마트 미술관이 신중도를 가지고 있었고, 35년 만인 지난해 우리나라로 돌아왔답니다.
❹1767년 혜잠 스님이 그린 '신중도'. 경북 예천군 보문사에 보관되던 중 1989년 도난당했어요. 도난 사실을 모르고 그림을 입수한 미국 시카고대 스마트 미술관이 신중도를 가지고 있었고, 35년 만인 지난해 우리나라로 돌아왔답니다.
되찾은 예술품이 알려주는 진품의 가치

도난 이후 약 35년 만에 원래 자리로 돌아온 작품도 있습니다. <사진 4>는 경북 예천군 보문사에 보관돼 있다가 도난당한 불화(불교 그림) '신중도'예요. 1767년에 혜잠 스님이 그렸습니다. 1989년 6월 문화재를 집중적으로 노리던 도둑들이 보문사 문을 부수고 신중도 등 불화를 훔쳐 갔고, 우리나라를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23년 우리 정부가 미국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카고대 스마트 미술관이 신중도를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미술관 측은 도난 사실을 모르고 그림을 입수한 것이었고, 작년 말 조건 없이 돌려줬습니다. 올해 6월에는 예천 보문사에서 신중도가 제자리를 찾은 것을 기념하는 의식을 가졌어요. 불화는 사찰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중도가 돌아온 건 보문사의 정체성을 되찾은 일이라고 평가됩니다.

❺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의 '푸르빌의 해변'이에요. 이 작품을 매우 좋아하던 도둑이 폴란드 포즈난 국립 미술관에서 2000년에 훔쳐 10년 동안 개인적으로 보관했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오슬로 뭉크 미술관·대한불교조계종·포즈난 국립 미술관
❺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의 '푸르빌의 해변'이에요. 이 작품을 매우 좋아하던 도둑이 폴란드 포즈난 국립 미술관에서 2000년에 훔쳐 10년 동안 개인적으로 보관했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오슬로 뭉크 미술관·대한불교조계종·포즈난 국립 미술관
<사진 5>는 프랑스의 클로드 모네(1840~ 1926)가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해안을 방문하고 1882년에 그린 '푸르빌의 해변'입니다. 2000년 어느 날 폴란드 포즈난 국립 미술관의 한 학예사는 전시실 벽에 걸린 이 푸르빌의 해변 그림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1882년쯤 모네가 그린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미묘하게 붓질이 달랐던 것이지요. 조사 끝에 미술관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진품이 사라졌기 때문이에요. 도둑은 밤에 벽을 타고 몰래 미술관에 들어와 진품을 가짜로 바꿔치기했어요. 미술관 감시 카메라에는 범인이 푸르빌의 해변 그림 앞에서 한참을 머무는 모습이 찍혀 있기도 했어요. 범인은 그 그림을 몹시 좋아한 나머지 꼭 자기 곁에 두고 싶었나 봅니다. 진품의 아름다움이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소장하고 싶은 욕심을 부른 것이지요. 약 10년 뒤 범인은 붙잡혔고, 그림은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기획·구성=정해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