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시도할 용기 없다면 삶이 무슨 의미 있나" 가난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입력 : 2025.11.10 03:30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재밌다, 이 책!] "시도할 용기 없다면 삶이 무슨 의미 있나" 가난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신성림 옮김|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격 2만2000원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가로 꼽힙니다. 미술을 잘 몰라도 그의 이름이나 작품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을 적어도 한 번쯤 접해봤을 거예요. 반 고흐는 2000점 넘는 그림을 그렸지만 생전에는 단 한 점만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난과 정신 질환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반 고흐는 19세기에 활동했지만, 그의 인기는 세상을 떠난 뒤인 20세기에 들어서야 시작됐답니다. 1987년 한 경매에선 '해바라기'가 당시 약 300억원에 팔리기도 했어요.

그런 반 고흐가 생전에 주고받은 편지 가운데 900여 통이 현재 남아 있습니다. 그중 미술상이었던 네 살 어린 동생 테오 반 고흐에게 보낸 편지가 650통이 넘어요. 반 고흐는 동생에게 자신의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고 자연과 인간, 예술에 관한 생각을 밝혔어요. 오늘 소개할 책은 반 고흐가 남긴 편지들을 엮어 만든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난한 화가인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 반 고흐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합니다. "보잘것없는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도 못할,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급 사람." 하지만 곧 굳게 결심합니다.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보잘것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미술뿐 아니라 음악이나 문학 등 예술 분야에는 반 고흐처럼 당장은 앞날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선보이는 창작자, 새로운 기술로 회사를 세운 스타트업 창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을 꿈꾸며 애쓰는 이들에게, 반 고흐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끝까지 믿고 나아가라고 위로와 격려를 전합니다.

"우리에게 뭔가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니? 실패를 거듭한다 해도, 퇴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해도, 일이 애초에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돌아간다 해도, 다시 기운을 내고 용기를 내야 한다." 반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 대부분은 반 고흐 자기 자신에게 쓴 편지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반 고흐가 절망할 땐 동생 테오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뭔가 훌륭한 것을 창조하는 것이 형의 강렬한 소망 아니었어? 이미 그런 그림들을 그려낼 수 있었던 형이 도대체 왜 절망하는 거야? 이제 곧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 때가 다시 올 텐데 말이야. 우리 희망을 갖기로 해. 형의 불행은 분명 끝날 거야."

화가의 그림을 통해 우리는 화가의 삶을 봅니다. 반 고흐는 자신의 그림을 본 사람들이 그가 그리면서 겪은 고뇌를 알아주길 바랐습니다. 이제 그는 우리 모두에게 편지를 써서 묻는 듯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대를 갖고 살며, 공부하고 일합니까?"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