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법과 원칙만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나" 사람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 보여주죠
입력 : 2025.11.06 03:30
레 미제라블
빵 한 덩어리를 훔쳤다가 옥살이를 한 남자 장 발장, 그를 쫓는 냉혹한 형사 자베르. 숭고한 사랑과 혁명의 노래. 뮤지컬과 영화 등으로 우리는 이 이야기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한 남자의 인생 역경만을 다루는 책이 아닙니다.
이야기는 한 남자의 절망에서 시작됩니다. 굶주린 조카 7명을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친 죄로 장 발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습니다. 그는 네 번의 탈옥을 시도하다 총 19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되지요. 마침내 출소한 그에게 남은 것은 '전과자' 딱지와 세상에 대한 증오뿐입니다.
이런 그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건 '미리엘' 주교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장 발장은 주교의 집에서 은으로 된 식기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게 붙잡히지만, 주교는 오히려 은촛대 두 개를 더 얹어주며 자신이 준 물건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주교는 장 발장에게 속삭입니다. "결코 잊지 마시오. 이 은을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쓰겠다고 내게 약속한 일을."
이 용서는 장 발장의 영혼을 통째로 뒤흔듭니다. 이후 그는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살아가며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성자가 됩니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뒤 이름을 바꾸고 새 삶을 살아가려는 장 발장. 하지만 법과 원칙의 화신인 '자베르' 형사는 '한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라는 믿음으로 장 발장을 집요하게 추적하지요.
그의 운명은 '팡틴'이라는 비운의 여인과 얽히면서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휩쓸립니다. 팡틴은 딸 '코제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머리카락과 앞니를 팔고, 거리에 나앉아 병까지 들고 맙니다. 장 발장은 그런 팡틴에게 코제트를 꼭 데려오겠다고 약속하지요.
바로 그 무렵, 한 노인이 억울하게 장 발장으로 몰려 재판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는 일생일대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마들렌'으로 남아 팡틴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무고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정체를 밝힐 것인가. 결국 그는 법정에 나가 험난한 속죄의 길을 선택합니다.
소설의 절정에서, 장 발장은 자신을 쫓던 자베르를 죽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를 말없이 놓아줍니다. 빵 한 조각에 19년을 복역했던 그는, 이제 자신의 원수마저 구원하는 숭고한 사랑을 실천합니다.
자신이 믿어온 정의가 더 이상 완벽한 정의가 아님을 깨달은 자베르. 그는 혼란 속에서 강에 몸을 던집니다. 저자는 이 극적인 장면을 통해 묻습니다. 냉혹한 법과 원칙만으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인간의 자비가 법보다 먼저여야 하는가.
저자는 소설을 통해 사회는 인간이 무지와 빈곤 속에 방치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구원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끝까지 믿어줄 때 일어난다고 말하지요. 장 발장이 받은 은촛대는 칠흑 같던 그의 삶을 밝힌 빛이었습니다. 그리고 장 발장은 그 빛을 간직하며 더 큰 빛으로 세상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