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돼라"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리더의 법칙

입력 : 2025.11.04 03:30

군주론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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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여우처럼 꾀 많고 사자처럼 힘세야 합니다."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상상을 초월한 도전을 벌인 인물입니다. 수많은 병력과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눈 덮인 알프스산맥을 넘어 로마를 공격했어요. 그의 군대는 바다를 건너고, 험준한 산맥을 뚫고, 낯선 땅에서 15년 넘게 싸웠습니다. 당연히 보급도 원활하지 않았고, 병사들도 곳곳에서 모집해야 했기에 말과 풍습이 다들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한니발은 어떻게 그토록 강력한 군대를 오래도록 이끌 수 있었을까요?

피렌체의 외교관이자 '군주론'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사진>는 그 이유를 잔혹함에서 찾습니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사람은 사랑을 베푸는 이보다 두려움을 주는 자에게 더 신경을 씁니다. 그러니 리더는 폭력을 쓰는 일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무서운 지도자를 만날 때 눈치를 보며 기꺼이 따른다는 거죠. 실제로 한니발은 잘못을 한 병사는 망설임 없이 처벌했던 엄격하고 무자비한 사령관이었다고 해요.

"사람은 한심하기 짝이 없어서 신의를 잘 지키지 않는다. 따라서 그대가 꼭 정직하고 의롭게 상대를 대해야 할 의무는 없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강조한 말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에게 사자와 여우를 닮으라고 권합니다. 사자는 힘세지만 덫에 걸리기 쉽고, 여우는 영리하나 늑대에게서 자신을 지키지 못합니다. 지도자는 곳곳에 숨은 함정을 피하려면 여우처럼 처신하고, 위험에 맞서려면 사자 같은 힘과 위엄을 갖추어야 합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항상 결과에만 신경 쓰라고 거듭 권합니다. 적과 싸워 이기며 나라를 튼실하게 이끄는 한, 백성들은 지도자를 믿고 따르기 때문입니다. 늘 누가 쳐들어올까 불안하고 나라의 살림살이도 엉망일 때는 어떨까요? 군주가 아무리 선하고 좋은 자라도 사람들은 금방 등을 돌려버립니다. 그러니 지도자는 필요할 때는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마키아벨리는 '구두쇠 같다'는 손가락질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씀씀이를 잘 관리해 세금을 적게 거두면, 사람들은 저절로 지도자를 좋아할 테니까요.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냉정하고 어쩌면 잔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살던 시대의 이탈리아 피렌체는 정말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베네치아나 제노바 같은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과 끝없이 경쟁한 데다가,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강력한 왕국들의 위협도 끊이지 않았지요. '군주론'은 이런 분위기에서 쓰였습니다. 마키아벨리는 힘 있고 단단한 나라를 만들려면 도덕보다 '정치 공학'이 필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군주론'에는 그의 경험과 신념이 잘 담겨 있습니다. 나라 사이의 생존을 건 경쟁과 다툼이 점점 심해지는 요즘입니다. 마키아벨리의 조언을 마음 한쪽에 새기며 위기를 넘어설 방법을 찾아보기 바랍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