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북한산에 가려진 '2인자', 높이는 서울 최고죠
입력 : 2025.11.03 03:30
도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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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봉산 전경. 도봉산 정상 부근에는 화려한 모양의 바위 봉우리가 늘어서 있어요. /영상미디어
도봉산의 매력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습니다. '길 도(道)'와 '봉우리 봉(峰)' 자를 쓰는데, '바위 봉우리가 길처럼 줄지어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도봉(道峰)'이라 불렀다는 설이 있습니다. 최고봉인 자운봉(740m)을 비롯해 만장봉과 선인봉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바위 봉우리의 연속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옛사람들은 이 모습을 '신선의 경지에 이른 경치'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래서 정상 바로 아래, 등산로의 마지막 지점도 '신선대'라고 불린답니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가 북한산 백운대(836m)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를 보면, 백운대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와요. 그래서 최고봉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도봉산을 서울 최고 높이 산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은 완전히 서울에 속해 있지요. 다만 자운봉은 암벽 등반으로만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신선대가 실질적인 정상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도봉산은 '2인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결코 북한산에 뒤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봉산에는 여러 등산 코스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기 코스로 '포대능선'이 있는데요. 이름부터 독특한 이 능선은 과거 능선에 대공포 진지(포대)가 있었던 데서 유래했지요. 그만큼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고 조망이 빼어난 능선입니다.
포대능선에서도 가장 유명한 구간은 '공포의 명소'로 불리는 Y계곡입니다. 알파벳 Y자 형태로 바위 능선을 내려갔다 올라오는 길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철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만 밑을 내려다보면 아찔하게 느껴지는 높이라 초보자들은 다리를 덜덜 떨며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바윗길 입구에 우회로가 있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도봉산 주변에는 재미있는 이름이 많습니다. 신선대에 오르면 서쪽으로 능선이 뻗어 있는데, 이곳에 줄지어 있는 바위 봉우리 다섯 개를 '오봉'이라고 합니다. 포대능선 북쪽엔 사패산이 있는데, 조선시대 선조가 시집가는 딸에게 혼수 선물로 이 산을 하사했다는 데서 '사패(賜牌·산림, 토지 등을 내려줌)'라는 이름이 유래합니다. 남쪽 능선의 우이암(牛耳巖)은 소의 귀를 닮은 바위라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서울 강북구의 우이동이 여기서 시작된 지명이지요.
올해 도봉산은 11월 초가 단풍 절정인데요. 산길이 험하고 갈래가 많으니, 코스를 미리 조사하고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