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똑같은 금인데… 왜 국내 금값은 외국보다 비쌀까

입력 : 2025.10.30 03:30

김치 프리미엄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Q. 얼마 전 엄마가 조카의 돌 반지를 사려다가 '요즘 금값이 너무 올랐다'면서 한숨 쉬는 모습을 봤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요즘 골드바가 없어서 사고 싶어도 구하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나라 금값이 외국보다 더 비싸대요. 금은 어디서나 같은 금인데, 왜 가격이 다를까요?

A. 요즘 국제 금값이 정말 많이 올랐어요. 이번 달에는 금 1온스(31.1g) 가격이 4000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답니다.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3000달러 정도였는데, 순식간에 1000달러나 오른 것이죠.

그런데 신기한 건, 우리나라에서 금을 사려면 국제 시세보다 15% 정도 더 많은 돈을 줘야 했다는 거예요. 이런 현상을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불러요. '김치'는 한국을 뜻하고, '프리미엄'은 웃돈이나 추가 금액을 말해요. 즉, 한국에서만 더 비싸게 팔리는 현상이에요.

그럼 왜 금값에 이런 '웃돈'이 붙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사는 사람은 많지만, 팔 금은 부족하기 때문이죠. 요즘 전 세계 경제가 불안정합니다. 나라 사이 갈등이 심해지고, 물가도 오르며,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다른 투자 시장은 들쭉날쭉해요. 이럴 때 사람들은 '값이 잘 떨어지지 않는 안전한 자산'을 찾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바로 금이에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금을 사려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어요. 한국거래소의 금 거래량이 지난 1월에는 하루 평균 200㎏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1400㎏ 이상 거래될 정도로 금을 사려는 사람이 늘었죠.

게다가 금 현물(실제 금)에 투자하는 '금 ETF' 같은 금융상품에도 돈이 몰리고 있어요. 올해만 1조원이 넘는 돈이 금 관련 상품에 투자됐다고 해요. 이 돈이 실제 금을 사는 데 쓰이면서, 국내 금값을 더 끌어올린 셈이죠.

그래서 금을 사고 싶어도 국내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더 오르는 겁니다. 실제로 요즘 미니 골드바(100g)는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는 투자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금은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금이기 때문에, 결국 가격은 비슷해지기 마련이에요. 경제학에서는 이를 '일물일가(一物一價)'의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물건은 결국 같은 값이 된다는 뜻이죠.

비슷한 현상은 비트코인에서도 있었어요. 2018년, 2021년, 2024년에는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해외보다 특히 더 비싸게 거래됐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차이는 점점 줄어들었죠. 금값도 마찬가지예요. 실제로 최근엔 국제 금값이 차츰 안정세를 보이면서 금값 차이도 점점 좁혀지고 있어요.


김나영 양정중 교사·경제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