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성공하려면 꼭 외향적이어야 할까… 역사적 위인들 중엔 '내향인' 많아

입력 : 2025.10.30 03:30
[재밌다, 이 책!] 성공하려면 꼭 외향적이어야 할까… 역사적 위인들 중엔 '내향인' 많아
콰이어트수전 케인 지음김우열 옮김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가격 2만3000원

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할 때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다른 친구들의 말을 듣고 깊이 생각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흔히 전자를 '리더십 있다'며 칭찬하지만 후자의 조용한 통찰력은 놓치기 쉽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 '콰이어트'는 바로 조용한 사람들이 지닌 숨겨진 힘을 탐구하는 책입니다.

변호사인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매우 내향적인 사람이었고 특히 로스쿨처럼 적극적인 토론과 발표를 중시하는 환경에서 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남들처럼 활발하게 나서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힘들어하던 저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내향성은 단점처럼 여겨질까?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도 강점이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7년간 인류학, 심리학, 뇌과학 등 방대한 분야를 탐구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내향성'과 '외향성'의 진짜 의미를 과학을 통해 설명합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낯선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기들은 자라서 내향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들은 사람 많은 곳보다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있을 때 더 편안하고 에너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자극에 둔감한 아기들은 사교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자라죠.

저자는 외향성만이 세상을 이끄는 힘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 중에는 놀랍도록 많은 내향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뉴턴, 아인슈타인, 간디,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이 대표적이죠. 이들은 사교 모임 대신 혼자 깊이 생각하며 연구하거나 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집중적인 노력을 '의도적 연습'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연습은 혼자 있을 때 훨씬 잘되기 때문에 오히려 내향적인 사람에게 유리하다고 합니다.

외향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먼저 저자는 '자유 특성 이론'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소개합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일이나 사람을 위해서는 잠시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다만 그렇게 나서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므로, 꼭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재충전해야 한다고 조언하지요. 또한 안정적이고 격려하는 환경에서는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위로가 아닙니다.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각자의 장점을 발휘할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요. 조용한 아이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에너지를 얻고 있을 뿐입니다.


이진혁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