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굴 속에 침실·화장실 따로 만들어… 1년 중 3분의 2는 겨울잠 잔대요

입력 : 2025.10.29 03:30

마멋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어느새 겨울이 저만치 다가와 있는 것 같아요. 이 시기엔 많은 동물이 저마다 방법으로 월동 준비를 하는데요. 오늘은 땅에 굴을 파고 겨울잠을 자는 귀염둥이 친구 마멋(marmot)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마멋은 두 발을 딛고 일어선 채로 깜짝 놀라는 익살스러운 모습이 밈(인터넷상 재미난 그림이나 사진)으로 만들어져 유명해지기도 했죠.

마멋은 분류학상으로는 다람쥐와 아주 가까운데 다람쥐 특유의 통통한 볼주머니는 갖고 있지 않아요. 유럽의 알프스 산지부터 시베리아·히말라야·몽골 등과 북아메리카 지역까지 10여 종이 살고 있답니다. 큰 녀석은 몸길이가 약 70㎝, 꼬리 길이가 15㎝까지 자라 설치류치고는 제법 큰 편이에요. 마멋은 사는 곳에 따라 생활 습성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답니다. 굴 파기 선수라는 점이에요.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굴은 독수리·늑대·여우 등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기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랍니다. 마멋 굴의 형태는 종류에 따라 다른데 대개는 개미집을 연상시킬 정도로 땅속에 여러 방을 만들어 두고 미로처럼 연결해 놓아요. 굴 입구가 많게는 예닐곱 개나 돼요. 굴 안에는 침실과 화장실을 따로 둘 정도로 깔끔을 떨죠. 깊은 굴은 땅에서 3m 깊이로 만들어져 있고, 전체 굴의 길이를 합치면 길게는 20m가 넘기도 해요.

알프스에 사는 마멋은 여름철에 해발 2200m 고산지대로 올라갔다가 겨울철이 되면 1000m 아래로 내려오는데요. 계절이 바뀌어 이사할 때마다 굴을 다시 판대요. 이 굴을 터전 삼아 보통 암수 한 쌍이 짝을 이루고 새끼를 키우면서 살아가요.

마멋은 다른 설치류와 달리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느리고 새끼도 적게 낳아요. 두세 살이 돼야 비로소 짝짓기를 할 수 있답니다. 한배에 새끼를 많아야 여섯~여덟 마리 정도만 낳고 매년 출산을 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다만 다른 설치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장수하는 편이에요. 수명은 15년에 이르죠.

마멋이 사는 지역은 겨울철이 아니더라도 1년 내내 기온이 서늘하고 척박한 곳이 많아요. 그래서 종류에 따라서는 겨울잠 기간이 최장 8개월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1년의 3분의 2를 굴속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보내는 셈이죠. 겨울잠을 자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기 때문에 그 전에 주식인 풀과 잎사귀, 뿌리 등을 많이 먹어 배를 불려둔대요.

겨울잠에 들면 체온이 뚝 떨어지고 심박수가 느려졌다가 곧 다시 정상 수치로 돌아오곤 한대요. 어떻게 이런 몸 상태를 유지하는지는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랍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굴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마멋을 일부 지역에선 '봄의 전령'으로 인식해요. 미국에서는 마멋을 땅에서 사는 돼지라는 뜻의 '그라운드호그(groundhog)'라고도 불러요. 매년 2월 2일이 우리나라의 경칩과 비슷한 '그라운드호그 데이'랍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