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제국 세운 석탄, 전쟁 불 지핀 석유… 자원이 만든 역사
입력 : 2025.10.29 03:30
자원분쟁
최근 중국이 희토류(稀土類)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자 세계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나라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협력을 강화하고 나서고 있지요.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반도체, 미사일, 스마트폰, 풍력 터빈에 이르기까지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기술에 쓰여서 '21세기의 석유'라고 불리는데요. 희토류는 열전도율이 좋은 금속 원소 17가지를 말합니다. 하지만 정제가 어렵고, 정제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심하기 때문에 이를 감수할 수 있는 소수 나라가 생산을 주도하고 있답니다.
이처럼 자원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은 오늘날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오래전부터 자원을 전략 무기로 이용해 오기도 했죠. 오늘은 석탄부터 희토류에 이르기까지 자원을 둘러싼 역사적 사건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반도체, 미사일, 스마트폰, 풍력 터빈에 이르기까지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기술에 쓰여서 '21세기의 석유'라고 불리는데요. 희토류는 열전도율이 좋은 금속 원소 17가지를 말합니다. 하지만 정제가 어렵고, 정제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심하기 때문에 이를 감수할 수 있는 소수 나라가 생산을 주도하고 있답니다.
이처럼 자원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은 오늘날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오래전부터 자원을 전략 무기로 이용해 오기도 했죠. 오늘은 석탄부터 희토류에 이르기까지 자원을 둘러싼 역사적 사건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 19세기 영국의 공업지대를 묘사한 그림. 영국 중부 지방의 공업 도시들은 석탄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연기로 인해 ‘블랙 컨트리(Black Country)’라고 불렸다고 해요. /위키피디아
18세기 후반, 영국은 풍부한 석탄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시작했습니다. 1765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 개량에 성공하면서 석탄은 증기기관의 연료로 산업 전반에서 쓰이게 되었지요. 방직기·기차·증기선·제철소 등을 돌리려면 석탄이 꼭 필요했어요.
그 무렵 런던 근처 탄광과 미들랜드(영국 중부 지방)의 공업 도시들은 석탄을 태울 때 나는 검은 연기로 뒤덮였지요. 석탄 덕분에 많은 돈과 기술을 얻은 영국은 제국주의 시대를 이끌었어요. 인도와 아프리카, 중국 등으로 세력을 넓히며 자원과 시장을 차지했죠.
19세기 초가 되자 산업혁명은 유럽 대륙과 미국으로 퍼져 나갔고, 석탄은 100년 넘게 세계 산업의 중심 자원이었답니다. 하지만 석탄은 지구 곳곳에 비교적 고르게 매장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자원 전쟁 같은 국가 간 분쟁이 심하진 않았어요.
-
- ▲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격침당한 미국 군함. 태평양전쟁의 배경엔 일본에 대한 미국의 석유 수출 금지 조치가 있었습니다. /AP 연합뉴스
20세기 초 석탄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석유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엔진 안에서 연료를 폭발시켜 힘을 내는 내연기관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액체 연료인 석유를 쓰게 된 것이지요. 석유는 석탄보다 가볍고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운반도 훨씬 편리했습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석유는 금만큼 귀해졌습니다.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공습하며 시작된 태평양전쟁도 사실상 석유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었어요. 1930년대 일본은 중국을 침략하고 동남아시아로 세력을 넓히는 제국주의적 팽창을 계속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석유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일본은 석유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1941년 7월 미국은 일본의 침략과 팽창을 막기 위해 석유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일본 입장에선 발이 묶이는 커다란 타격이었지요.
일본은 새로운 석유 공급지를 찾기 위해 동남아시아 유전 지대, 특히 인도네시아에 눈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공격하면 미국과 전쟁이 불가피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먼저 미국의 태평양 함대를 기습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동남아 자원을 확보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지요.
이후 일본은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말레이시아를 점령해 석유와 고무 생산지를 손에 넣었지만, 미국의 해상 봉쇄로 보급이 끊기면서 연료가 바닥났어요. 결국 석유 부족이 일본의 패전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답니다.
-
- ▲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희토류 광산 전경. 희토류는 세계 여러 나라에 널리 퍼져 있지만, 환경오염 문제 등이 있어 일부 국가가 생산량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연합뉴스
냉전 시기였던 1960년대 이후 새로 독립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풍부한 광물과 석유를 지녔지만 그 자원이 내전의 불씨가 됐어요.
아프리카의 콩고(현 콩고민주공화국)는 막대한 양의 코발트·구리·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1960년 독립 직후 친서방 정부와 좌파 반군 간 내전이 벌어졌고 미국과 소련이 각각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했어요. 강대국들은 우라늄·코발트와 같은 첨단 산업의 핵심 자원을 확보하는 게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여기고 개입한 것이지요. 자원을 둘러싼 내전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콩고민주공화국은 광물 자원을 대가로 미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지요.
앙골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요.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앙골라는 곧바로 내전에 휘말렸습니다. 핵심엔 석유와 다이아몬드가 있었습니다. 공산주의 세력과 반공 세력이 권력과 자원을 차지하려고 싸운 것이죠. 공산주의 세력은 석유로 인한 수익을, 반공 세력은 다이아몬드 광산의 수익을 전쟁 자금으로 활용했습니다. 여기에 쿠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각각 공산 세력과 반공 세력을 지원하며 내전은 자원과 이념이 얽힌 '대리 전쟁'으로 번지고 말았죠.
-
- ▲ 정제된 상태의 희토류들. 희토류는 화학적 성질을 가진 금속 원소 17가지를 말해요. /조선일보 DB
최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자원은 바로 희토류입니다. 희토류는 광석 속에 널리 섞여 있지만, 그 속에서 순수한 금속 원소를 뽑아내는 '정제 과정'이 아주 어렵고 환경오염도 심하죠.
현재 희토류 생산과 정제는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집니다. 그래서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2010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두고 갈등이 생기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도 했어요. 일본을 비롯한 세계 산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일본은 호주와 손잡고 대체 공급망 마련에 나섰답니다. 현재 미국 또한 희토류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호주·일본 등과 '희토류 동맹'을 추진하고 있죠. 석탄이 제국을 세우고 석유가 전쟁을 결정지었듯, 희토류는 21세기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