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미세먼지 없애면 더워질 수 있어… 지구 지키려다 온난화 심해진대요

입력 : 2025.10.23 03:30

환경 보호의 역설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이 있습니다. 나쁜 일 뒤에 좋은 일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선한 의도로 한 일이 때로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환경 보호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는 더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지만, 그중 일부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거나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해요. '환경 보호 정책의 역설'인 것이지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존층 복원입니다. 1970년대 후반, 과학자들은 프레온가스 같은 인공 화학물질이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오존층이 파괴되면 더 많은 자외선이 지표에 도달해 사람은 물론, 동식물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이에 1987년 몬트리올에서 여러 나라가 모여 오존층을 파괴하는 화학 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오존층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문제는 오존층 회복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영국 레딩대 연구진은 "오존층 치유가 지구온난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오존층이 회복되면 자외선 흡수가 증가하고, 이 과정에서 성층권 상부의 온도가 약간 오르며 대기 전체의 흐름이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히려 지구를 덥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

이런 현상은 미세 먼지 저감에서도 나타납니다. 미세 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아 폐 속 깊이 침투하고,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도 불립니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규제를 통해 미세 먼지 농도를 낮추려고 하지요.

그러나 미세 먼지는 태양빛을 반사하거나 산란시켜 지구를 식히는 역할도 합니다. 구름의 씨앗이 되는 응결핵으로 작용해 구름의 양을 늘리기도 하는데, 이는 지구의 복사열을 막아 기온을 낮추는 효과를 냅니다. 미세 먼지 농도가 낮아지면 이러한 냉각 효과가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는 바다 위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세계의 여러 기후 연구 기관은 2024년 세계 평균 기온이 급상승한 원인을 분석하던 중, 이 해가 지구의 '알베도(Albedo·태양빛 반사율)'가 매우 낮았던 시기였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알베도가 낮을수록 지구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해 기온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알베도가 낮았던 대표적인 이유로는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0.5% 이하로 제한한 조치가 있다고 합니다. 황산화물은 건강과 환경에 해로운 오염 물질이지만, 동시에 구름의 응결핵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바다 위에 낮은 구름을 만들어 태양빛을 반사하는 데 기여해 왔지요. 그러나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구름의 양이 줄었고, 알베도 역시 낮아지며 지구가 더욱 뜨거워진 것입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