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철새처럼, 추위 피해 5000㎞ 날아요

입력 : 2025.10.22 03:30

제왕나비

최근 미국 뉴욕에 있는 한 야생동물 재활 센터가 올린 동영상이 화제예요. 날개를 다쳐서 날지 못하게 된 나비에게 새 날개를 붙여주는 장면이었죠. 사람의 도움으로 다시 훨훨 날 수 있게 된 이 나비는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작은 사진)예요. 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배추흰나비나 호랑나비처럼 미국인들이 토종 나비로 친숙하게 여긴답니다.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두 날개를 활짝 펼친 너비는 최장 10㎝이고, 몸무게는 0.7g에 불과한 이 나비는 어지간한 새들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장거리 비행 능력으로 유명하답니다. 철새처럼 겨울 추위를 피해 미국·캐나다에서 멕시코를 오가면서 살아가는데 왕복 비행 거리가 5000㎞에 육박하거든요. 제왕나비는 언뜻 보면 호랑나비랑도 비슷해요. 노란빛이 도는 주황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고, 날개 테두리에는 검은색에 흰 점무늬가 박혀 있지요. 이 무늬는 다른 새나 곤충에게 "내 몸엔 독이 있으니 먹지 마!"라고 알리는 경고 무늬예요.

이 경고가 허풍은 아니랍니다. 제왕나비는 밀크위드(milkweed)라고 부르는 식물의 잎 아래에 알을 낳는답니다. 갓 부화한 애벌레는 몸길이가 1㎝도 되지 않는데, 밀크위드 잎을 갉아먹으면서 어른 나비가 될 준비를 해요. 그런데 이 잎에는 독성 물질이 있어서 애벌레 몸속에 남게 된대요. 번데기를 거쳐 어른 나비가 되어도 그 독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새나 개구리 같은 포식자들이 제왕나비를 잡아먹었다간 배탈이 나거나 아프게 된답니다.

모든 제왕나비가 긴 여행을 하는 건 아니에요. 제왕나비는 봄부터 여름, 그리고 초가을까지 걸쳐 번식하는데, 가장 늦게 태어난 세대가 겨울을 피하려고 남쪽으로 날아갑니다. 그래서 봄과 여름에 태어난 나비들은 보통 2~5주밖에 살지 못하지만,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태어난 나비들은 길게는 9개월까지 산다고 해요. 남쪽으로 날아간 제왕나비들은 멕시코에서 겨울을 보낸 뒤, 다시 봄이 오면 북쪽으로 되돌아옵니다.

[동물 이야기] 철새처럼, 추위 피해 5000㎞ 날아요
제왕나비의 비행 경로는 여러 갈래입니다.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 지역을 따라 캘리포니아반도를 거쳐 내려가거나, 미국 중·동부에서 멕시코 중부로 넘어가기도 하죠. 때가 되면 생전에 가본 적도 없는 월동지로 갔다가 용케 다시 돌아오는 점은 과학자들도 아직 그 비결을 완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지구의 자기장과 태양의 위치, 온도 변화 등을 느끼며 방향을 잡는다고 추정하고 있답니다.

제왕나비들은 장거리 비행을 할 때 기온이 떨어지는 밤이 되면 잎이 무성한 소나무·전나무·삼나무 등에 모여들어 쉬어요. 그리고 해가 뜨면 다시 비행을 시작해요. 이때 제왕나비의 쉼터가 되는 나무들은 수백·수천 마리의 나비로 뒤덮여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지요<큰 사진>. 제왕나비는 장거리 여행을 위한 힘을 비축하기 위해 다른 나비들처럼 이 꽃 저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빨아 먹습니다. 그 과정에서 꽃가루를 옮겨 숲의 식물들이 번식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