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백신 맞으러 가는 보건소, 언제 생겼을까?

입력 : 2025.10.21 03:30

보건소

요즘 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오면서 병원뿐 아니라 보건소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어요. "병원이 있는데, 보건소는 또 왜 있을까?" 사실 보건소는 단순히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 주민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료 기관이랍니다. 오늘은 우리가 백신 등을 맞으러 흔히 가는 보건소는 언제부터 생겼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소한 역사] 백신 맞으러 가는 보건소, 언제 생겼을까?
아주 오래전에는 지금 같은 공중보건 제도가 없었어요. 나라가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도 시설을 만들고, 전염병이 퍼질 때 환자를 격리하는 정도에 그쳤죠. 사람들이 질병을 예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의학과 생물학이 발전하면서부터예요. 또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도시로 몰려들자, 전염병이 빠르게 번지는 일이 자주 생겼어요. 이때부터 나라와 지역이 함께 질병을 막는 공중보건 제도의 필요성이 커졌답니다.

그래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보건소 형태의 기관이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엔 '세계보건기구(WHO)'가 만들어졌고, 이때부터 여러 나라가 협력해 전염병을 막는 제도를 마련하면서 많은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우리나라에선 삼국 시대, 고려, 조선 시대를 거치며 여러 의료 시설이 세워졌지만, 병을 예방하는 보건소 개념이 등장한 것은 조선 후기부터였답니다. 일부 지역에서 종두법(천연두 예방 백신)이 실시되었고, 갑오개혁 시기에는 정부에 위생 담당 부서를 두어 전염병을 예방하고 백신 관련 일을 맡겼어요. 이런 변화는 오늘날 우리나라 공중보건 제도의 첫걸음이었지요.

광복 후 미 군정이 들어서면서 서울엔 '모범 보건소'가 설치되고 여러 보건 사업이 시작됩니다. 1956년에는 보건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전국의 시·군 보건소가 설치되어 지방에도 의료 체계가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죠.

하지만 시골의 보건소나 보건지소에는 의사가 너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공의'를 배치해 시골 지역 보건소에서 진료를 하도록 하거나, 의사 국가고시에 통과하지 못한 의대생들에게 조건부 의사 면허를 주며 일정 기간 공공 의료 시설에서 근무하게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역시 단기적이었고, 의사들이 오래 근무하지 않아 보건소 의료 서비스가 불안정했어요. 그래서 정부는 새로운 방법을 마련했어요. 그게 바로 공중보건의사 제도예요. 이 제도는 의사들이 보건소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면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한 제도랍니다. 이 제도가 생기면서 시골이나 섬처럼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