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레고처럼 조립하는 원전… 배관 없애 방사능 유출 위험 줄였죠
입력 : 2025.10.21 03:30
소형 모듈 원자로(SMR)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1986년 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등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이하 원전) 사고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불안감을 일으켰지요.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게 전 세계의 과제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최근엔 원전을 줄이던 나라들도 다시 원전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지요.
세계 각국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 기술을 찾고 있어요. 그중 주목받는 것이 '소형 모듈 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예요. 이름처럼 크기가 작고 조립식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원전이지요. 그렇다면 왜 굳이 작게 만들려는 걸까요? 오늘은 SMR이 무엇이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세계 각국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 기술을 찾고 있어요. 그중 주목받는 것이 '소형 모듈 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예요. 이름처럼 크기가 작고 조립식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원전이지요. 그렇다면 왜 굳이 작게 만들려는 걸까요? 오늘은 SMR이 무엇이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SMR은 말 그대로 '작은 원전'이에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대형 원전은 아파트 단지 규모의 거대한 시설이지만, SMR은 대형 원전의 10분의 1 정도 사이즈라고 해요. 체육관 정도의 건물인 거죠.
그래서 만들어내는 전기도 대형 원전의 20~30% 정도예요. SMR 하나가 만들어내는 전기는 보통 300메가와트(㎿) 이하인데요, 이는 3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요. SMR은 레고 블록처럼 모듈을 이어 붙이면 발전량을 늘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100㎿짜리 SMR을 3개 연결하면 300㎿급 원전이 되는 거예요.
그럼 SMR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SMR이든 대형 원전이든 전기를 만드는 기본 원리는 같아요. '핵분열'로 생긴 열에너지를 이용하죠.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은 아주 작은 알갱이인 원자로 이뤄져 있는데요. 원자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여 있는 '원자핵'이 가운데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어요. 태양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워요. 원자핵은 태양처럼 가운데 있고, 전자는 지구처럼 그 둘레를 돌고 있는 거예요.
원자핵 속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는 아주 단단히 붙어 있어요. 그런데 우라늄처럼 무거운 원소의 원자핵에 중성자가 부딪히면, 원자핵이 두 개로 쪼개지며 엄청난 열에너지가 나옵니다. 이런 과정을 '핵분열'이라고 해요.
이렇게 생긴 열을 천천히, 안전하게 조절하면서 이용하는 장치가 바로 원자력발전소예요. 원전에서는 핵분열이 이어지며 생긴 뜨거운 열로 물을 끓이고, 그때 생긴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요.
원전의 연료로는 주로 우라늄-235라는 물질을 써요. 이 우라늄 단 1g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석탄 3t이나 석유 1800L를 태웠을 때와 비슷하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에너지예요. 하지만 이런 핵분열 과정에서 유해한 방사성 폐기물이 생기는 것이 단점이지요.
대형 원전보다 안전한 SMR
SMR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안전성'이에요. 기존 대형 원전은 여러 장치가 따로 떨어져 있어요. 예를 들어, 물을 데우는 '증기 발생기', 압력을 조절하는 '가압기', 열을 식히는 '냉각 펌프'가 각각 따로 있고, 이들을 굵은 배관이 연결하고 있지요. 평소에는 안전하지만, 큰 사고가 나면 이 배관이 끊어지거나 터질 위험이 있어요. 그럼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올 수도 있는 거지요.
그래서 SMR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모든 장치를 하나의 큰 통 안에 넣는 구조로 만들었어요. 이 통을 '압력 용기'라고 해요. 배관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능이 밖으로 새어 나올 가능성이 줄어드는 거예요.
SMR은 혹시 모를 사고에도 스스로 식을 수 있도록 특별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어요. 이 장치를 '수동 안전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원전이 멈추더라도 안에 있던 연료는 바로 차가워지지 않아요. 핵분열이 멈춘 뒤에도 남은 물질들이 계속 열을 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전기가 끊기면 냉각 시스템도 멈춰서, 열이 쌓여 연료가 녹아버릴 수도 있어요.
SMR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기가 없어도 자동으로 식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원자로가 지하의 물탱크(수조) 안에 들어 있고, 안의 물이 뜨거워지면 자연스럽게 물이 순환하며 열이 식는 장치를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큰 사고가 나더라도 폭발 위험이 낮고,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주요 장치들이 용기 하나에 담겨 있기 때문에 방사능이 밖으로 새어나갈 가능성이 적어요.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의 구원투수
SMR의 또 다른 장점은 조립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대형 원전은 현장에서 모든 부품을 설치해야 하지만, SMR은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진 모듈을 옮겨 와 블록처럼 조립하면 완성돼요.
SMR은 전기가 많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 알맞은 발전 방식이기도 해요. 특히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데요. 대형 원전도 전기를 계속 생산할 수 있지만, 한번 멈추면 전체가 정비될 때까지 가동이 중단되고, 전기 사용량이 변해도 세밀하게 출력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반면 SMR은 작은 발전소 여러 개가 묶인 구조라서 전기가 덜 필요할 땐 일부만 돌릴 수도 있고, 산업 현장 근처에 세워 송전 과정에서의 전력 손실도 줄일 수 있지요.
SMR은 아직 현실화된 건 아니에요. 전문가들은 2030년대에야 SMR이 보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