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용기는 두려움 무시하는 게 아냐… 신중하게 판단하고 책임지는 마음"

입력 : 2025.10.20 03:30

하늘을 나는 교실

[재밌다, 이 책!] "용기는 두려움 무시하는 게 아냐… 신중하게 판단하고 책임지는 마음"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문성원 옮김|출판사 시공주니어|가격 1만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본 적 있나요? 규칙이 엄격한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진짜 자유와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는 이야기지요. 이 책은 그 영화와 비슷한 주제를 다루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예요. 독일의 대표적인 어린이책 작가인 저자는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옳은 일을 하는 용기와 배려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독일의 작은 도시 키르히베르크의 기숙학교입니다. 다재다능한 마르틴,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에 시달리는 키 작은 울리, 그리고 정의로운 뵈크 선생님 등이 주요 인물이지요.

어느 날, 평소처럼 지내던 기숙학교에 뜻밖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루디라는 학생이 실업학교 학생들에게 붙잡히는 일이 벌어진 거예요. 마르틴과 친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학교 담을 넘어 루디를 구해냅니다. 규칙대로라면 이 학생들에게 외출 금지라는 벌이 내려져야 했지만, 뵈크 선생님은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가벼운 징계만 내립니다. 아이들은 이 일을 통해 옳은 일을 하는 용기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지요.

이렇게 기숙학교 친구들은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어느 날 겁이 많던 울리는 자신이 겁쟁이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합니다. 학교 시계탑에서 우산을 펴고 뛰어내린 것이지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크게 다친 울리를 본 뵈크 선생님은 말합니다. "울리처럼 행동하지 마라.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분별 없이 행동하는 만용이다." 아이들은 그 말을 통해 깨닫습니다. 진짜 용기란 두려움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판단하고 책임질 줄 아는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 무렵, 마르틴에게도 작은 시련이 찾아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마르틴은 방학 때 고향으로 돌아갈 기차표를 살 돈이 없어 기숙사에 남아야 했습니다. 하나둘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슬픔을 참기 어려웠지요. 그 모습을 본 뵈크 선생님은 조용히 성탄절 선물이라며 차비보다 더 많은 돈을 건네줍니다. 마르틴은 그 순간 깨닫습니다. 진정한 도움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행동으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마르틴은 다짐합니다. 언젠가 자신도 누군가의 마음을 행동으로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고요.

소설이 나온 1933년은 히틀러의 나치가 독일의 권력을 차지했던 시기입니다. 함부로 전쟁을 일삼는 만용이 용기로 포장되고, 규칙은 무너지고 말지요. 저자는 이 불안한 시기에 청소년들이 우애·정의·선과 같은 가치를 잘 간직해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소설에서 그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말을 건네지요. "실패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라. 나약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운이 나쁘더라도 기운을 잃지 말라."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