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논리적 사고보다 직관을 믿는 이유… 우리 뇌는 '생각의 지름길' 택한대요

입력 : 2025.10.16 03:30

생각에 관한 생각

[재밌다, 이 책] 논리적 사고보다 직관을 믿는 이유… 우리 뇌는 '생각의 지름길' 택한대요
대니얼 카너먼 지음|이창신 옮김|출판사 김영사|가격 2만9800원

하버드나 MIT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 학생들도 숱하게 속아 넘어간 유명한 퀴즈가 있습니다. "야구 방망이와 야구공의 가격을 합치면 1100원이다. 방망이는 공보다 1000원 더 비싸다. 공의 가격은 100원이다. 이 문장은 참일까, 거짓일까?"

많은 분이 '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답은 '거짓'입니다. 공이 100원이면 방망이는 1100원, 합은 1200원이 됩니다. 참이 되려면 공의 가격은 50원이어야 하죠. 이렇게 간단한 문제에 쉽게 속는 것은 결코 수학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뇌가 생각의 '지름길'을 택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우리 생각의 비밀을 파헤치는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 방식이 공존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로, 거의 힘들이지 않고 즉시 작동하는 우리의 '직관'입니다. '1+1' 같은 간단한 수학적 답을 떠올리거나, 친구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화가 났음을 알아보는 것처럼 말이죠. 다른 하나는 '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로, 긴 글을 요약하거나 여러 상품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것처럼 집중과 노력이 필요한 이성적 사고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뇌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대부분의 판단을 직관적인 '빠른 생각'에 맡겨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앞서 푼 방망이와 공 문제처럼, 우리의 뇌는 힘든 길보다 쉬운 길을 선호하기에 직관의 답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직관은 종종 '편향'이라는 함정에 빠집니다. 책에는 흥미로운 심리 실험이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수술 성공률이 90%입니다'라는 말과 '수술 실패율이 10%입니다'라는 말은 같은 뜻이지만, 우리는 전자에 훨씬 더 안심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틀에 담아 보여주느냐에 따라 우리 판단이 달라지는 '틀짜기 효과' 때문입니다.

'기준점 효과'라는 함정도 있습니다. 가게에서 10만원짜리 옷을 7만원에 판다고 하면 우리는 큰 이득을 보는 것 같아 쉽게 지갑을 엽니다. 처음 제시된 10만원이라는 숫자가 꽂히며 7만원이라는 가격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또 다른 재미있는 함정은 '후광 효과'입니다. 어떤 연예인이 기부를 하면 우리는 그 사람이 다른 모든 면에서도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선행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데 후광처럼 작용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스스로 매우 논리적으로 생각한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 선택의 대부분은 직관적인 '빠른 생각'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는 수백 년간의 믿음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비합리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공로로 저자는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답니다.

이 책은 우리 손에 생각의 '일시 정지' 버튼을 쥐어줍니다. 성급한 직관에 끌려다니는 대신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니까요. 
이진혁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