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수도권 신도시에 짓는 대단지 아파트… 집값 상승세 잡을 수 있을까?
입력 : 2025.10.16 03:30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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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이철원
집은 안정적인 삶을 꾸리기 위해 꼭 필요해요. 당장 살 집이 없거나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데 집값이 들썩거리면, 누구나 불안함을 느끼죠. 이런 이유로 역대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많은 힘을 쏟았어요.
집값은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힘겨루기로 인해 움직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수요에 비해 살 수 있는 집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죠. 그래서 보통 정부는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거나, 대출 한도를 낮추는 식으로 단기적으로 수요를 조절해요. 그리고 장기적으론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합니다.
그런데 서울처럼 오래된 도시에서는 새집을 공급하는 게 무척 어려워요. 우선 주택을 지을 만한 빈 땅이 부족해요. 낡은 주택을 허문 뒤 새집을 짓는 정비 사업을 진행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재개발·재건축 같은 정비 사업을 진행하려면 땅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야 하고, 또 사업을 했을 때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정비 사업을 무척 신중하게 검토합니다. 게다가 낡은 주택을 부수고 새집을 짓는 동안에는 오히려 주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집값과 전셋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지요.
이런 사정으로 역대 정부는 신도시를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어요. 대도시 인근에 대규모 토지를 확보해 신도시를 만들면 한 번에 수만 호씩 새집을 지을 수 있죠. 실제 1990년대 수도권에 건설한 분당·일산·평촌 등 1기 신도시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했어요. 약 30만 호에 이르는 대규모 주택이 공급되자 끝 모르고 오르던 서울 집값이 주춤했거든요.
다만 최근엔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신도시 건설로만은 잡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커요. 지난달 정부가 1기 신도시를 정비하고 3기 신도시 착공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어요. 왜 그런 걸까요?
먼저 주택은 다른 재화와 달리 만드는 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아무리 신도시라고 해도 착공부터 완공까지 최소 몇 년이 걸리죠. 이런 이유로 신도시는 당장 살 집이 필요한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계획만으로 당장 집값이 잡히진 않는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은 직장과 가깝고 교통, 문화 시설 등 인프라를 갖춘 지역에 살고 싶어 해요. 갓 지어진 신도시가 이런 인프라를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서 신도시로 인해 전체 주택 수가 늘어나더라도, 한강 인근 지역과 같이 선호 지역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