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강아지와 고양이, 왜 성격이 다를까? 반려동물의 본성 이해해 주세요

입력 : 2025.10.13 03:30

동물을 사랑하면 철학자가 된다

[재밌다, 이 책!] 강아지와 고양이, 왜 성격이 다를까? 반려동물의 본성 이해해 주세요
이원영 지음|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격 1만2000원

얼마 전까진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애완은 어떤 동물이나 물건을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아끼며 즐긴다는 뜻입니다. 반려동물은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사는 짝꿍을 의미하지요. 애완동물이 장난감 같다면 반려동물은 친구 같습니다. 장난감은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지만 친구는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요.

이 책을 쓴 저자는 아픈 동물을 돌보는 수의사입니다. 그런데 반려동물을 돌보는 방법보다는 대하는 자세를 더 많이 얘기합니다. 어떤 자세일까요? 첫째, 존중입니다. 내가 먹여주고 보살핀다고 해서 반려동물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자유, 평등 같은 가치를 동물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기 힘듭니다. 하지만 저자는 다만 동물의 본성을 존중해 주는 것을 강조하지요.

우리가 꼭 갖춰야 할 자세 중 하나는 배려입니다. 반려동물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잘 알고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입장을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끼리도 서로를 배려하기 어려운데, 인간 아닌 다른 종은 오죽 어려울까요? 나의 배려를 반려동물이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을 갖는 '기다리는 배려'도 중요하지요.

그다음은 이해심입니다. 개는 부르면 곧바로 달려옵니다. 고양이는 자기가 오고 싶을 때 어슬렁어슬렁 다가옵니다. 무리 지어 사는 개는 우두머리에게 복종하고 무리의 규칙을 지켜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 영역을 지키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인간은 무리 지어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개의 행동에 더 친숙합니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본성을 잘 알면 다른 행동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책임입니다. 함께 살던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드물지 않습니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고 상대는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자세입니다.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하여 인간은 왜, 그리고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이런 질문을 던지는 철학자가 됩니다. 나 자신만을 향해 있던 시선이 내 반려동물로 옮겨 가고, 이로써 나 아닌 다른 존재, 나보다 약한 존재, 생명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저자가 만난 반려동물의 이름은 호두, 딸기, 로또, 샤넬, 꽁치, 순자, 춘식이 등 다양합니다. 처음 만난 지역이나 보호자가 살던 동네를 따른 단양이(충북 단양군), 흑석이(서울 동작구 흑석동), 브루클린(미국 뉴욕의 자치구)도 있었지요. 가볍게 지어준 이름일지 몰라도, 내가 이름을 지어준 대상에 대한 책임은 크고 무겁습니다. 모든 사랑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