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윷 만들 때 자주 사용해 '윷놀이나무'라고 불렸대요

입력 : 2025.10.13 03:30

윤노리나무

추석 연휴 한라산에 올랐더니 곳곳에서 윤노리나무 열매가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녹색이었지만 점점 붉은색으로 익어갈 겁니다. 한라산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역에 윤노리나무가 흔합니다. 한라산 중턱이나 오름, 곶자왈에 대한 글에서 윤노리나무 얘기가 자주 나오는 이유입니다.

윤노리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답게, 5월에 가지 끝에 하얗게 달리는 꽃이 참 예쁩니다. 마치 배나무꽃처럼 하얀 꽃이 우산을 펼친 모양으로 핍니다. 자잘한 크기의 하얀 꽃이 수북하게 피는 것이 안개꽃 같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을쯤 붉게 익는 윤노리나무 열매는 아주 단 맛이 난답니다. 나뭇가지는 다양한 농기구나 연장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지요.
/김민철 기자
가을쯤 붉게 익는 윤노리나무 열매는 아주 단 맛이 난답니다. 나뭇가지는 다양한 농기구나 연장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지요. /김민철 기자
잎은 거꾸로 된 달걀 모양으로 어긋나게 달리는데, 끝이 길게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자잘하지만 예리한 톱니가 있습니다. 꽃이나 열매가 없을 때는 잎 모양으로 윤노리나무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키는 2~5m 정도까지 자랍니다.

9~10월에 익는 붉은 열매는 크기가 0.8㎝로 작은 편이지만 먹을 수 있고 아주 달다고 합니다. 꽃자루가 긴 만큼 열매자루도 깁니다. 열매 꼭지에 검은 꼭지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꽃도 예쁘고 열매도 좋으니 덤으로 벌과 새도 자주 찾아오겠지요. 그래서 요즘엔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도 많이 심는 것 같습니다.

이 나무는 곧게 자랄 뿐만 아니라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좋아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은 나무였습니다. 독특한 이름도 윷을 만들기에 적당한 나무라고 '윷놀이나무'라 부르다 윤노리나무로 변했다고 합니다. 가지가 유연해 소 코뚜레를 만드는 데도 많이 쓰여 소코뚜레나무 또는 우비목(牛鼻木)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윤노리나무 말고도 물푸레나무, 노간주나무, 다래나무도 소 코뚜레를 만드는 데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윤노리나무는 낫자루·도리깨 등 농기구를 만들거나 석공의 연장을 만드는 데도 쓰였다고 합니다.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이 없는 나무였던 셈입니다.

윤노리나무는 나무의 쓰임새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경우입니다. 윤노리나무 말고도 참빗의 살을 만든 참빗살나무, 대패의 집을 만든다고 대팻집나무, 고기잡이 도구인 작살처럼 생겼다고 작살나무, 키를 만든 키버들, 조리를 만드는 데 사용한 조릿대 등도 그런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윤노리나무는 남부 지방에서 주로 자라서 서울 등에서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가 추위를 견디는 힘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요즘엔 서울 공원이나 화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 광화문광장 녹지, 서울숲, 서울식물원에도 윤노리나무 몇 그루씩 심어 놓았습니다. 윤노리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면 한번 가서 찾아보세요. 이름표를 붙여 놓았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요즘 익어가는 열매가 예쁠 것입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