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비행기 멱살 잡고 흔드는 듯한 바람"… 국내에선 제주공항이 가장 심하대요

입력 : 2025.10.02 03:30

급변풍

바람 부는 날 한 항공기가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접근하고 있어요. 제주공항은 국내 공항 중 급변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지요. /뉴시스
바람 부는 날 한 항공기가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접근하고 있어요. 제주공항은 국내 공항 중 급변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지요. /뉴시스
비행 중 기내에서 뜨거운 차나 컵라면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전보다 제한하는 항공사가 늘고 있어요. 국토교통부 역시 항공사들에 기내 컵라면 제공 중단을 권고했지요. 비행기에서 라면을 즐기기 어려워진 것은 증가하고 있는 '난기류' 때문인데요. 난기류는 비행기가 나는 도중 갑자기 만나는 불규칙한 공기의 흐름을 말해요. 마치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한 공기를 날아간다고 생각하면 쉽지요.

난기류와 비슷하지만 더 위험한 바람이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급변풍입니다. 영어로는 '윈드 시어(Wind Shear)'라고 하지요. 난기류와 급변풍 모두 불규칙한 공기의 흐름이지만, 급변풍은 짧은 구간에서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급격하게 변한다는 차이가 있어요. 도로를 잘 달리다가, 옆에서 자동차가 끼어들어 갑자기 핸들을 꺾어야 하는 상황과 같아요. 그래서 급변풍은 이착륙 중인 항공기에 특히 위험한 바람이에요. 실제로 해외에서는 급변풍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한 적이 있었고, 국내에서도 강한 바람 때문에 비행기가 이착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지요.

그렇다면 급변풍은 왜 생기는 걸까요?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지형'입니다. 우리나라 공항 중 급변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바로 제주공항이에요. 작년 기준, 전국 공항에서 발표한 급변풍 경보 중 절반 정도가 제주공항에서 발표됐지요. 제주공항은 한라산 북쪽에 있는데, 남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한라산을 넘어 내려와요. 이 과정에서 제주공항 주변에 불규칙한 소용돌이 바람을 만들어 낸답니다. 댐에서 쏟아진 물줄기가 바닥에 부딪힌 뒤 사방으로 튀는 현상과 비슷하지요. 특히 남풍이 강하게 부는 여름철에는 한라산 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아 급변풍이 더 자주 발생합니다.

한라산 옆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문제입니다. 이 바람은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져 공항 활주로 양쪽으로 돌아 들어오지요. 이때 활주로 한쪽에는 동풍이, 반대쪽에는 서풍이 불게 됩니다. 이렇게 반대 방향의 바람이 동시에 불면, 비행기는 마치 바람 사이에 끼인 것처럼 흔들려 운항이 어려워집니다.

급변풍이 불면 최악의 경우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양력을 잃어 추락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어요. 국내 항공사의 한 기장은 제주공항에서 부는 급변풍에 대해 "마치 비행기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그만큼 급변풍은 조종사들이 가장 경계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급변풍을 미리 알 수는 없을까요? 기상청은 급변풍을 탐지하기 위해 공항기상레이더뿐 아니라 다양한 관측 장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급변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제주공항에는 지난 6월부터 레이저 빔으로 바람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공항기상라이다'를 도입했지요. 항공기의 이착륙 경로를 따라 풍향과 풍속, 급변풍의 위치도 실시간으로 탐지합니다. 이처럼 급변풍은 위험한 바람이지만, 잘 대비한다면 안전한 하늘길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이미선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