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모든 고통 사라지고 쾌락만 남은 세상… 불행할 자유도 없는 이곳이 낙원일까
입력 : 2025.10.02 03:30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안정효 옮김|출판사 소담출판사|가격 1만3800원
소설 속 무대는 약 26세기의 미래입니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사람이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기들은 유리병 속 배양기로 '생산'되며, 태어날 때부터 계급과 역할이 정해집니다. 이렇게 자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의심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이 사회에는 더 이상 가족도, 사랑도 없습니다. 인간관계는 모두 짧고 가벼운 쾌락으로만 채워집니다. 혹시라도 불안이나 슬픔이 몰려오면 '소마'라는 알약을 먹습니다. 부작용도 없고 곧바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요. 철학과 종교처럼 사람들을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것들은 모두 금지됐고, 대신 쾌락을 위한 오락만이 남아 있습니다. 겉보기엔 모든 사람이 행복한 이상 사회 같지만, 사실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낄 권리가 사라진 무서운 세계이지요.
이 완벽해 보이는 사회에 균열을 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야만인' 존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이 세계 기준으로는 낯선 존재였습니다. 존은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충격을 받지요. 모두가 웃으며 살아가지만, 그 웃음 속에는 진정성도 자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존은 이 세계의 지도자 '무스타파 몬드'와 대화를 나눕니다. 존이 "나는 안락함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몬드가 답합니다. "당신은 결국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존은 단호히 말합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겠습니다."
존의 이 외침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멋진 신세계'는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잃은 사회지요. 헉슬리가 그려낸 이 세계는 이미 우리 일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보며 쏟아지는 콘텐츠를 무의식적으로 시청하는 우리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사회 비평가 닐 포스트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두려워했지만, 헉슬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두려워했다."
존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무엇을 볼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말할지를요. 그 순간마다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이것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 것인지 말입니다. 이 작은 질문이야말로 존이 끝내 지키고자 했던 '인간다움'의 출발점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