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모든 고통 사라지고 쾌락만 남은 세상… 불행할 자유도 없는 이곳이 낙원일까

입력 : 2025.10.02 03:30

멋진 신세계

[꼭 읽어야 하는 고전] 모든 고통 사라지고 쾌락만 남은 세상… 불행할 자유도 없는 이곳이 낙원일까
올더스 헉슬리 지음안정효 옮김출판사 소담출판사|가격 1만3800원

여러분에게 슬픔, 고통, 불안 같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단숨에 없애주는 '행복 약'이 있다면 어떨까요? 모두가 언제나 웃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 하지만 그곳은 과연 우리가 꿈꾸는 낙원일까요? 1932년 출간된 '멋진 신세계'는 바로 이런 '완벽한 행복'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 고전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히는 작품이지요.

소설 속 무대는 약 26세기의 미래입니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사람이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기들은 유리병 속 배양기로 '생산'되며, 태어날 때부터 계급과 역할이 정해집니다. 이렇게 자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의심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이 사회에는 더 이상 가족도, 사랑도 없습니다. 인간관계는 모두 짧고 가벼운 쾌락으로만 채워집니다. 혹시라도 불안이나 슬픔이 몰려오면 '소마'라는 알약을 먹습니다. 부작용도 없고 곧바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요. 철학과 종교처럼 사람들을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것들은 모두 금지됐고, 대신 쾌락을 위한 오락만이 남아 있습니다. 겉보기엔 모든 사람이 행복한 이상 사회 같지만, 사실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낄 권리가 사라진 무서운 세계이지요.

이 완벽해 보이는 사회에 균열을 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야만인' 존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이 세계 기준으로는 낯선 존재였습니다. 존은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충격을 받지요. 모두가 웃으며 살아가지만, 그 웃음 속에는 진정성도 자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존은 이 세계의 지도자 '무스타파 몬드'와 대화를 나눕니다. 존이 "나는 안락함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몬드가 답합니다. "당신은 결국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존은 단호히 말합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겠습니다."

존의 이 외침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멋진 신세계'는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잃은 사회지요. 헉슬리가 그려낸 이 세계는 이미 우리 일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보며 쏟아지는 콘텐츠를 무의식적으로 시청하는 우리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사회 비평가 닐 포스트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두려워했지만, 헉슬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두려워했다."

존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무엇을 볼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말할지를요. 그 순간마다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이것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 것인지 말입니다. 이 작은 질문이야말로 존이 끝내 지키고자 했던 '인간다움'의 출발점일지 모릅니다. 
이진혁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