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동글동글한 외모 가진 '웃는 돌고래'… 서해·동해·남해서 모두 볼 수 있어요

입력 : 2025.10.01 03:30

상괭이

얼마 전 전남 목포 앞바다에서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무리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발견됐대요. 상괭이는 멸종 위기종인 데다 사람 때문에 수난을 당해 온 터라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죠. 상괭이는 '웃는 돌고래'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매력적인 생김새를 갖고 있거든요. 돌고래 특유의 동글동글한 얼굴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듯한 모습이랍니다.

상괭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조선 시대 어류학자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서 상광어(尙光魚)라고 부른 데서 유래됐어요. 한자를 그대로 풀면 빛이 나는 물고기라는 말인데, 고래는 생김새가 물고기와 비슷하고 수면으로 드러난 몸이 물빛에 반사되어 반들반들 광택이 나 이런 이름이 붙었을 거라고 추정되고 있죠. 상괭이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바다를 헤엄치는 다른 돌고래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차이점이 있답니다. 우선 등지느러미가 없어요. 또 주둥이는 길쭉하지 않고 뭉툭하며, 다 자란 몸길이는 2m를 넘지 않아 다른 돌고래보다 확연히 작죠.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
입을 벌리면 위·아래턱에 이빨이 16~18개 돋아 있어요. 물고기·오징어·새우 등을 즐겨 사냥해 먹죠. 단독 또는 서너 마리가 무리를 이뤄 생활하는데, 멸치 떼처럼 풍부한 먹잇감을 만나면 순식간에 상괭이 숫자가 30여 마리까지 불어나기도 해요.

상괭이는 서해·남해와 동해 바다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어요. 2006년과 2015년에는 서울 한강까지 올라온 상괭이들이 죽은 채로 발견되기도 했답니다. 서해안을 따라 한강까지 올라왔다 갇혀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추측됐죠.

지난 5월에는 남해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만삭의 암컷 상괭이가 헤엄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어요. 귀엽고 친숙한 생김새의 상괭이지만, 최근에는 안타까운 소식이 많이 전해졌어요.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으려고 드리운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되풀이되고 있거든요. 이렇게 예기치 못하게 그물에 낚이는 상황을 혼획(混獲)이라고 하는데요. 상괭이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커다란 요인이 됐어요.

상괭이는 허파로 숨을 쉬는 포유동물이어서 물속을 헤엄치다가도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분수공(정수리에 있는 숨구멍)을 내놓고 호흡해야 하는데요. 혼획돼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질식해서 목숨을 잃게 된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폐사하는 상괭이가 800~1000마리로 집계됐는데, 대부분이 혼획으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조사됐어요.

이런 상황 때문에 2016년 해양수산부에서는 상괭이를 해양 보호 생물로 지정했어요. 또한 상괭이가 많이 출몰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고기잡이 그물에 상괭이가 걸려들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위에 탈출구를 뚫은 혼획 방지 그물을 개발하는 등 '웃는 돌고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죠.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