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세계 평화의 중재자? "전쟁 못 막아" 비판도 받죠
입력 : 2025.10.01 03:30
UN
최근 미국 뉴욕에서 제80차 유엔(UN·국제연합) 총회가 열렸습니다. 유엔 총회는 1946년 첫 회의를 시작한 뒤 해마다 열려 왔는데요. 연설에 나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유엔이 국제 분쟁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공허한 성명만 남발한다고 꼬집었죠.
유엔은 세계 평화와 국제 협력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늘날 여러 한계가 드러나며 "전쟁을 막지 못한다" "특정 국가의 눈치를 본다"는 등의 비판도 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엔이 걸어온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제연맹에서 국제연합으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서는 무려 2000만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류는 다시는 이런 전쟁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큰 교훈을 얻었지요. 그래서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제안으로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국제기구인 '국제연맹'이 1920년에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국제연맹은 처음부터 큰 약점이 있었습니다. 미국 의회가 반대해 창립국인 미국이 참여하지 않았고, 상임 이사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도 자기 나라 이익 앞에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거예요.
그러는 사이 일본은 만주를 침략했고, 이탈리아는 에티오피아를 공격했습니다. 독일은 비무장지대인 라인란트 지역에 군대를 진주시키는 등 세계 평화를 흔드는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국제연맹은 이들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어요. 결국 국제연맹은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모든 기능을 잃어버리고 말았죠.
국제연맹의 실패를 교훈 삼아, 연합국은 전쟁이 한창일 때부터 새로운 국제 질서를 준비했습니다. 1941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 처칠 총리는 '대서양 헌장'을 발표하며 전쟁이 끝난 뒤 평화를 지킬 새로운 국제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요. 그리고 194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50국 대표가 모여 유엔 헌장을 채택하면서, 드디어 유엔이 공식 출범했답니다.
유엔은 국제연맹과 달리 강제력이 있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두었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 분쟁에 대해 결의안을 내고 평화유지군(PKO) 파견 같은 강제 조치를 할 수 있답니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당시 소련)·중국(당시 중화민국) 다섯 나라는 상임 이사국으로, 안보리의 결정을 막을 수 있는 거부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국가들이자, 전후 국제 질서를 이끌었던 강대국들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자리를 얻게 된 것이지요.
유엔은 세계 평화와 국제 협력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늘날 여러 한계가 드러나며 "전쟁을 막지 못한다" "특정 국가의 눈치를 본다"는 등의 비판도 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엔이 걸어온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제연맹에서 국제연합으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서는 무려 2000만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류는 다시는 이런 전쟁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큰 교훈을 얻었지요. 그래서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제안으로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국제기구인 '국제연맹'이 1920년에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국제연맹은 처음부터 큰 약점이 있었습니다. 미국 의회가 반대해 창립국인 미국이 참여하지 않았고, 상임 이사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도 자기 나라 이익 앞에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거예요.
그러는 사이 일본은 만주를 침략했고, 이탈리아는 에티오피아를 공격했습니다. 독일은 비무장지대인 라인란트 지역에 군대를 진주시키는 등 세계 평화를 흔드는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국제연맹은 이들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어요. 결국 국제연맹은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모든 기능을 잃어버리고 말았죠.
국제연맹의 실패를 교훈 삼아, 연합국은 전쟁이 한창일 때부터 새로운 국제 질서를 준비했습니다. 1941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 처칠 총리는 '대서양 헌장'을 발표하며 전쟁이 끝난 뒤 평화를 지킬 새로운 국제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요. 그리고 194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50국 대표가 모여 유엔 헌장을 채택하면서, 드디어 유엔이 공식 출범했답니다.
유엔은 국제연맹과 달리 강제력이 있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두었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 분쟁에 대해 결의안을 내고 평화유지군(PKO) 파견 같은 강제 조치를 할 수 있답니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당시 소련)·중국(당시 중화민국) 다섯 나라는 상임 이사국으로, 안보리의 결정을 막을 수 있는 거부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국가들이자, 전후 국제 질서를 이끌었던 강대국들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자리를 얻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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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뉴욕 본부 건물에 있는 총회장 전경. 매년 이곳에서 유엔 총회가 열려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모여 목소리를 내고, 국제 사회의 큰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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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1년 8월 10일 미국의 루스벨트(왼쪽) 대통령과 영국의 처칠 총리가 영국군 전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유엔은 두 정상이 발표한 ‘대서양 헌장’에 기초해 설립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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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프전쟁 당시 편대 비행을 하고 있는 다국적 연합군 전투기들. 걸프전은 유엔의 ‘집단 안보 체제’가 작동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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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평화유지군인 레바논 동명부대 장병들이 프랑스군과 함께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유엔 평화유지군은 유엔을 대표한다는 뜻에서, 유엔의 상징색인 파란색 헬멧을 착용하지요. /위키피디아·제국전쟁박물관·합동참모본부 뉴스1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이 서로 대립하면서, 안전보장이사회가 거부권 때문에 자주 마비되곤 했습니다. 그런데도 유엔은 여전히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 중재자이자 해결사 역할을 했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많은 나라가 식민지에서 벗어나 새롭게 독립했습니다. 1960년 유엔 총회에서는 이런 나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이제는 제국주의를 끝내자"는 내용의 선언을 발표했어요. 이 선언을 계기로 한 민족이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민족 자결권'이 국제법에서도 인정받게 됐습니다. 유엔이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을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지요.
또 유엔은 평화유지군을 만들어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운하로 큰 이익을 얻던 영국과 프랑스가 강하게 반발했고, 이집트와 갈등하던 이스라엘까지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수에즈 위기'가 일어났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됐어요. 이들은 직접 싸우지는 않고, 영국·프랑스·이스라엘 군대가 물러나는 과정을 감시하며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했죠.
평화유지군은 그 뒤로도 키프로스, 레바논, 캄보디아 같은 여러 나라에 파견됐어요. 평화유지군은 교전국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중립적으로 활동해야 해요. 그래서 오늘날 파란색 '유엔 블루 헬멧'은 국제 분쟁 조정의 상징이 되었지요. 하지만 평화유지군은 원칙적으로 최소한의 무력만 사용해야 하기에 큰 전쟁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답니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아
걸프 전쟁(1990~1991)은 유엔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이라크가 이웃 나라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를 불법이라고 규정했지요. 그러곤 미국을 중심으로 34국이 '다국적 연합군'을 조직해 전투에 나섰고, 결국 쿠웨이트를 해방시켰답니다. 이 전쟁은 유엔이 구상한 '집단 안보 체제'가 실제로 작동한 사건으로 평가되지요.
그러나 유엔의 한계도 곧 드러났습니다. 1990년대 초 소말리아 내전 때는 평화유지군을 보냈지만, 피해가 지속되자 상황을 안정시키지 못한 채 철수하고 만 거예요. 더 비극적인 사건은 1994년 르완다 집단 학살이었습니다. 부족 간 내전으로 '인종 청소'가 벌어질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유엔 평화유지군은 학살을 막을 권한도, 병력도 부족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약 80만명이 희생되는 비극을 막지 못했지요.
또 유엔 안보리는 상임 이사국의 거부권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2011년 시리아 내전 당시에도 안보리가 힘을 모으지 못했지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제재를 이끌어내지 못하기도 했고요. 게다가 테러·난민·기후변화·전염병 같은 새로운 위기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핵심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유엔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어요.
그럼에도 유엔은 대안을 찾기 어려운 국제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앞으로 유엔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안보리 체제 개혁, 다자 협력 활성화 같은 제도적 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