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과학과 미래] "인간 지능 뛰어넘는 컴퓨터 등장할 것" 20년 전 미래학자의 예언, 현실 됐죠

입력 : 2025.09.30 03:30

특이점이 온다

[과학과 미래] "인간 지능 뛰어넘는 컴퓨터 등장할 것" 20년 전 미래학자의 예언, 현실 됐죠
'무어의 법칙'이란 말을 들어봤나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공동 설립자 '고든 무어'의 이름에서 따온 건데요, 오늘날 컴퓨터의 성능이 약 2년마다 2배씩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랍니다. 그래서 10년이면 이전보다 수십 배나 뛰어난 능력을 갖춘 컴퓨터가 나온다는 거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05년 자신의 책 '특이점이 온다<사진>'에서 이렇게 예언했어요. 2020년대가 되면 인간을 뛰어넘는 컴퓨터가 등장한다고 말이죠. 지금 '챗GPT'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웬만한 전문가만큼 결과물을 내놓는 모습을 보면 그의 말이 들어맞은 듯싶네요.

여기서 특이점(singularity)이란 사람보다 더 똑똑한 지능을 가진 존재가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을 뜻해요. 그때부터는 기계가 사람을 넘어 스스로 발전하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사실 지금도 인공지능은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고, 오류를 잡아내는 일까지 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사람의 도움 없이도 알아서 발전하는 날이 올 수 있겠지요.

커즈와일은 좀 더 대담한 주장을 내놓는데요. 그에 따르면 우주의 발전 과정은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첫째는 원자와 분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단계로, 물리학과 화학의 세계입니다. 둘째는 DNA 속의 정보가 진화를 이끄는 단계로, 생물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셋째는 인간의 뇌와 신경이 중심이 되는 단계이고, 넷째에서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어 정보가 폭발적으로 발전합니다. 마지막 다섯째 단계에서는 특이점이 나타나면서 사람을 훨씬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 존재가 등장하지요. 커즈와일은 이때 인공지능이 우주로 뻗어나가 세상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원자구조를 바꾸고 물리법칙마저 자유자재로 다루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 커즈와일은 'GNR'이라는 세 가지 분야의 발전을 주목했습니다. G는 유전학(Genetics), N은 나노공학(Nanotechnology), R은 로봇공학(Robotics)과 인공지능(AI)을 뜻합니다. 유전학은 유전자를 바꾸어 생명을 새롭게 만들 수 있고, 나노공학은 원자와 분자를 다시 조립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해내지요. 이런 기술이 합쳐지면 병을 고치고, 원하는 물건을 쉽게 만들고, 힘든 일은 로봇이 대신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심지어 인간의 정신을 뇌에서 꺼내 컴퓨터로 옮겨, 육체 없이 기계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고까지 말했지요.

하지만 이런 세상이 과연 바람직할까요? 지금도 유전자를 조작해 인간의 지능이나 신체 능력을 바꾸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또 기계가 모든 일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필요가 없어진 인간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앞으론 이런 문제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