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사흘을 봐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원효대사도 반한 산이래요

입력 : 2025.09.29 03:30

대둔산

최근 '숏폼' 영상으로 더 유명해진 산이 있습니다. 바로 충남 논산과 금산, 전북 완주에 걸쳐 있는 대둔산(878m)입니다. 이 산에는 '국내에서 가장 무서운 계단'으로 꼽히는 삼선계단이 있는데요. 바위 봉우리 3개가 늘어선 모습이 신선 같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경사 약 50도의 가파른 계단이 바위 꼭대기로 이어지는데, 아래는 낭떠러지입니다. 최근엔 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촬영한 숏폼 영상들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죠.

삼선계단의 고도감이 공포를 자아내지만, 산 자체는 예부터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고 알려졌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아름다운 바위 명산의 대명사가 금강산이었습니다. 비록 산의 크기를 비교하기에는 무리이지만, 바위의 경치가 탁월한 산을 '작은 금강산'이라 하여 '소금강'이라 불렀답니다.

바위 봉우리 아래에서 촬영한 삼선계단. 마치 사다리를 오르는 것처럼 가파른 삼선계단은 최근 ‘숏폼 영상’ 소재로도 인기를 얻고 있어요.
/영상미디어
바위 봉우리 아래에서 촬영한 삼선계단. 마치 사다리를 오르는 것처럼 가파른 삼선계단은 최근 ‘숏폼 영상’ 소재로도 인기를 얻고 있어요. /영상미디어
대둔산의 옛 이름은 한듬산입니다. 순우리말로 '한'은 크다는 뜻이고, '듬'은 더미라는 의미로 '큰 바위 더미 산'을 뜻합니다. 이름을 한자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한'은 대(大)가 되고, '듬'은 비교적 비슷한 발음인 둔(芚) 자를 쓰면서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삼선계단 영상을 보면 자칫 위험해 보이지만, 사실 대둔산은 등산 초보자들을 위한 입문용 산행지로 인기 있습니다.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도립공원 입구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600m 지점까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편히 오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오르면 정상인 마천대에 닿습니다. 대둔산 최고봉인 마천대(摩天臺)는 문지를 마(摩), 하늘 천(天)을 써서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곳"이라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붙인 이름이라고 전해집니다.

마천대에는 대둔산의 또 다른 명물인 개척탑이 있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 정상 표지석은 바위인데, 개척탑은 높이 20m가 넘는 대형 철탑이라 멀리서도 눈에 띕니다. 맑은 날 마천대에 서면 북쪽으로 멀리 계룡산과 대전 시가지가 보이고, 남동쪽으로는 진안군 마이산과 서쪽으로 부안군 변산까지 볼 수 있습니다.

이 산의 또 다른 '경치 명당'은 낙조대(落照臺)입니다. 이름처럼 이곳에 오르면 멋진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있습니다. 삼선계단의 강력한 고도감에 가려졌지만 '금강 구름다리'도 빠지지 않는 기념사진 명소입니다.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을 나와 계단을 올라서면 곧장 만날 수 있답니다. 산행이 어려운 노부모님이나 어린 자녀와 동행했다면,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에서 금강 구름다리까지 왔다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둔산은 특히 기묘한 바위들과 어우러지는 가을 단풍으로 유명합니다. 11월 초쯤 대둔산의 단풍이 절정을 이룰 텐데요, 단풍이 들기를 기다렸다가 이곳을 방문한다면 원효대사가 대둔산을 두고 했던 말을 실감하게 될 겁니다.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다." 
신준범 월간 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