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로마 병사들의 월급은 소금? '하얀 황금'이라 불릴 만큼 귀했죠

입력 : 2025.09.25 03:30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신소재 이야기

[재밌다, 이 책] 로마 병사들의 월급은 소금? '하얀 황금'이라 불릴 만큼 귀했죠
홍완식 지음|출판사 주니어태학|가격 1만8000원

여러 나라가 희토류 같은 자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는 뉴스를 아마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자원들이 스마트폰과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첨단 소재이기 때문이죠. 이제 석유만큼 중요한 '전략자원'으로 통해요. 그런데 수천 년 전에도 이런 '소재 전쟁'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주인공은 반짝이는 금속이 아니라, 우리 밥상에 오르는 평범한 소금 한 줌이었죠.

오늘 소개할 책은 이처럼 우리 주변의 평범한 물질들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뒤바꿨는지 그 흥미진진한 비밀을 파헤치는 과학 교양서예요. 책을 펼치면 먼저 음식의 간을 맞출 때 사용하는 소금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늘날과 달리 고대 로마에서는 소금이 귀해서 '하얀 황금'이라 불렀다고 해요. 군인들 월급 일부를 소금으로 주기도 했다는 설도 있답니다. 당연히 많은 나라는 소금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죠. 저자는 여기서 꼬리를 물어, 소금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염류인 질산 포타슘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질산 포타슘은 화약의 핵심 원료로 인류의 전쟁 양상을 바꿔 놓았지요. 그런데 동시에 식물의 성장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최고의 비료이기도 합니다. 과거엔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주로 사용된 소재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를 굶주림에서 구해 낸 것이지요.

이 책은 이처럼 익숙한 소재에 숨겨진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음식 포장지로 흔히 쓰는 가벼운 알루미늄이 사실은 비행기와 우주선을 만드는 첨단 소재로 쓰이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또 '아름다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는 오늘날 반도체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쓰이기도 하죠.

또한 이 책은 소재를 통해 인류 문명의 전환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옷의 소재가 되는 '목화'는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산업혁명의 불씨가 되기도 했죠. 목화솜에서 실을 뽑아 옷감으로 만드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힘들었는데,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계가 고안되었고, 이는 방적 기술의 발달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공장이 생겨나고 대량생산 시대가 열리면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지요.

유리의 발전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뜨거운 열로 모래를 녹여 만든 이 투명한 물질은 처음에는 귀족들의 그릇이나 창문에 쓰였어요. 하지만 빛을 굴절시키는 성질을 이용해 렌즈로 만들게 되었죠. 그 결과 현미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를, 망원경은 아득히 먼 우주를 펼쳐 보이며 '과학혁명'을 이끌었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해리 포터의 투명 망토를 떠올리게 하는 '메타 물질'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인류의 상상력이 어떻게 새로운 소재를 통해 미래 기술로 실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이처럼 소재를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함께하는 가장 유쾌하고 깊이 있는 안내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이진혁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