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캥거루처럼 주머니에서 새끼 키워… '똥'이 암컷과 수컷 연결해준대요
입력 : 2025.09.24 03:30
주머니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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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키피디아
호주 하면 어떤 동물이 떠오르나요? 캥거루·코알라·쿼카·웜뱃처럼 암컷이 육아 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우는 유대류들이 생각나죠? 주머니고양이 역시 이들과 같은 유대류랍니다. 다만 다른 유대류 친구들은 하나같이 풀을 뜯어 먹고 사는 초식동물인 것과 달리, 주머니고양이는 육식동물이죠. 생긴 것은 족제비나 쥐를 닮았지만, 행동 방식과 생태계에서의 역할이 고양이와 비슷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꼬리를 제외한 몸길이는 최장 36~44㎝로 코알라보다도 작은 앙증맞은 크기이지만 쥐·토끼·새·곤충 등 사냥할 수 있는 동물의 종류만 스무 가지가 넘는데요. 특히 날다람쥐처럼 야행성 동물들의 보금자리를 찾아내 순식간에 덮치기도 하죠. 몸집은 왜소하지만, 덩치와 비교했을 때 무는 힘은 최고 수준이래요.
주머니고양이는 생존력이 강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곧잘 살아남는답니다. 호주에서는 최근 이상 고온과 가뭄 등으로 인해 대형 산불이 발생해 숲이 잿더미로 변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때 주머니고양이는 토끼 등 다른 동물이 파놓은 굴로 재빨리 들어가 불길을 피한대요.
주머니고양이는 평소에는 자신의 영역을 정하고 그 안에서 단독으로 생활해요. 그러다 번식철이 되면 '똥'이 암컷과 수컷을 연결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답니다. 주로 평평한 바위 같은 곳에 대변을 봐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암컷은 대변과 함께 자신의 냄새를 남겨 근처의 수컷에게 '짝짓기를 해서 새끼를 가질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알리죠. 이렇게 대변으로 교신을 하면 다른 동물들처럼 수컷들이 정처 없이 암컷을 찾아다니거나 암컷을 두고 격렬하게 싸우는 일도 막을 수 있대요.
주머니고양이는 털도 나지 않은 채 작고 꼬물거리는 새끼를 육아 주머니에서 성장시키는데요. 그런데 초식 유대류인 캥거루나 코알라가 통상 한 마리, 많아야 두세 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과 달리 주머니고양이는 한배에 많게는 스무 마리가 넘는 새끼를 낳아요.
갓 태어난 새끼는 새빨간 벌거숭이로 볍씨 한 톨 크기만큼 조그맣답니다. 이 아기들이 모두 무럭무럭 자라면 참 좋겠지만 태어나는 새끼들 중 상당수는 형제자매들과의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 살아남지 못할 운명이에요.
주머니고양이는 오랫동안 호주에서 최고 포식자로 군림하며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도록 통제하는 역할을 해왔어요. 그런데 유럽에서 호주로 이주해 정착한 사람들이 쥐 등을 퇴치하기 위해 들여온 여우나 고양이가 야생화하면서 주머니고양이와 먹이 경쟁을 하거나 심지어는 포식자가 돼버렸어요. 이에 호주 곳곳에서는 여우·고양이를 포획해서 주머니고양이의 터전을 마련해주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