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계산대 줄을 줄일 방법이 없을까?" 바코드 발명 이끈 마트 사장의 고민

입력 : 2025.09.23 03:30

포스·바코드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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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 무인 계산기'가 개발돼 테스트 단계에 있다고 해요. 키오스크에서 구매자가 직접 주문과 계산하는 것을 넘어서, 물건을 레일 위에 올려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과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사람 손길을 줄일 수 있었던 바탕에는 바코드와 포스 시스템의 발명이 있었어요. 오늘은 계산 시스템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물건을 샀을까요? 오랫동안 시장에서는 '흥정'이 거래의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손님이 물건 값을 물으면 상인은 비싸게 부르고, 손님은 깎아 달라며 맞섰지요. 하지만 흥정 과정에서 다툼이 생길 위험도 있었고, 또 가게 주인은 당일 매출을 계산하기 힘들었어요. 재고도 직접 하나하나 세어야 했지요.

이런 불편을 해결하려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19세기 말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술집을 운영한 제임스 리티예요. 그는 직원이 돈을 빼돌리고 자꾸만 손님들에게 공짜 술을 나눠주는 바람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다 금전등록기를 직접 개발하지요.

이 기계는 손님이 돈을 내면 계산원이 숫자가 적힌 키를 눌러 금액을 등록하고, 동시에 기계 앞면의 커다란 눈금판에 매출액이 표시됩니다. 매출이 입력될 때마다 종소리가 울려 사장이 이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이후 잠금 기능이 있는 서랍이 추가되면서 금전등록기는 돈 보관까지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금전등록기는 지금의 '포스(POS·Point of Sale)' 시스템으로 발전했습니다. 포스는 예전에는 단순히 매출을 기록하고 돈을 보관하는 역할만 했지만, 이제는 상품 가격 확인, 재고 관리, 영수증 발행까지 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는 상품 뒷면에서 볼 수 있는 바코드가 발명된 덕분이었답니다.

바코드<사진> 역시 한 수퍼마켓 사장의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1948년 미국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계산대 줄이 너무 길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계산을 더 빨리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죠.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대학원생 노먼 조셉 우드랜드와 버나드 실버가 흥미를 느끼고 직접 도전에 나섭니다.

우드랜드는 모스부호를 떠올렸습니다. 모스부호는 점과 선으로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인데, 이를 얇은 선과 굵은 선으로 바꾸면 되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이렇게 해서 직사각형 모양의 바코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바코드가 곧바로 널리 쓰이진 못했어요. 바코드를 읽으려면 아주 밝은 빛을 내는 스캐너와, 그 정보를 처리할 컴퓨터가 필요했는데 당시에는 이런 장치를 모든 수퍼마켓 계산대에 설치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관련 기술이 발전한 1970년대가 되어서야 바코드와 포스 기계가 상용화됐고, 오늘날처럼 상점에서 제품명과 가격을 스캔 한 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답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