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불의를 참지 못하는 천방지축 선생님… 시골 학교 부임 한 학기 만에 사표 냈죠
입력 : 2025.09.22 03:30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김경원 옮김|출판사 민음사|가격 1만3000원
소설에선 주인공 이름이 나오지 않아요. 단지 '도련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뿐이죠.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이라는 약간의 빈정거림도 담겨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소설 첫 부분에서 도련님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죠. "천성이 앞뒤 재지 않고 덤비고 보는 천방지축인지라 어릴 때부터 손해만 본다." 이런 그가 어떤 일을 벌이고 무슨 일에 휘말릴지 처음부터 궁금해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도련님은 기숙사 숙직실에서 자다가 깜짝 놀라는 일을 겪습니다. 학생들이 새로 온 선생님을 놀리려고 장난을 친 거예요.
"다리를 쭉 뻗으니 뭐가 양다리로 날아올랐다. 까칠까칠한 것이 벼룩도 아닌 것 같아 깜짝 놀라 담요 속에서 다리를 두 번 흔들어봤다. 그러자 까칠하게 닿았던 놈이 갑자기 늘어나 정강이 쪽에 대여섯 마리, 허벅지에 두어 마리, 엉덩이 밑에서 빠지직 뭉개진 것이 한 마리, 배꼽까지 뛰어오른 것이 한 마리… 정말이지 화들짝 놀라 자빠졌다. 얼른 일어나 담요를 확 뒤로 젖히니 메뚜기가 오륙십 마리 튀어나왔다."
독자 자신이 당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묘사가 생생합니다. 소설은 인물과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묘사도 흥미롭습니다. 화가 난 도련님은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지만 학생들은 발뺌만 합니다. 학교도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으려 할 뿐 제대로 지도하지 않지요. 이때 도련님의 성격이 확 드러납니다.
"숙직실로 끌고 온 놈들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돼지는 어떻게 해도 돼지다. 모르쇠로만 버틸 뿐, 결코 자백하지 않는다. 교장은 결국 학생들을 모두 풀어줬다. 미온적인 처사다. 나 같으면 당장 퇴학시켰을 텐데."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도련님'에게는 이런 장면이 계속 이어집니다. 정의감이 앞서는 고지식한 도련님은 교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모술수에도 휘말리고, 억울한 일을 당한 동료 선생님을 돕기 위해 나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를 근본적으론 바꾸진 못하고 결국 사표를 낸 뒤 도쿄로 돌아오지요. 도련님의 선택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해석이 있지만, 소설 작품에 정답은 없습니다. 직접 소설을 읽고 자신이 느끼는 대로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