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인간 내쫓고 동물이 주인이 된 세상… 모두가 꿈꾸던 평등은 이뤄졌을까

입력 : 2025.09.18 03:30

동물농장

[꼭 읽어야하는 고전] 인간 내쫓고 동물이 주인이 된 세상… 모두가 꿈꾸던 평등은 이뤄졌을까
조지 오웰 지음도정일 옮김출판사 민음사|가격 8000원

'자신의 자리는 직접 청소하자'라는 교실 규칙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단, 반장과 부반장은 빼고'라고 적혀 있다면 어떨까요? 그다음 날엔 '싸움 잘하는 친구들도 빼고'라는 말이 덧붙는다면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이미 교실은 약육강식의 세계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권력욕이 어떻게 사회를 망가뜨리는지 일깨워주지요.

이야기는 존즈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메이너 농장'에서 시작됩니다. 어느 날 늙은 수퇘지 '메이저'는 동물들 앞에서 연설을 합니다. "우리는 왜 계속 비참하게 살아야 하는 겁니까? 우리가 생산한 것을 인간들이 몽땅 도둑질해 가기 때문입니다." 그의 연설을 들은 동물들은 힘을 합쳐 인간들을 쫓아내지요. 그들은 농장 이름을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라는 선언을 포함한 일곱 개 계명을 벽에 새기지요. 이들을 이끄는 지도자는 자연스레 머리가 좋은 돼지들이 맡았습니다.

평화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이상주의적인 돼지 '스노볼'과 과묵하지만 야심이 큰 돼지 '나폴레옹'의 대립이 시작된 거예요. 결국 나폴레옹은 사나운 개들을 풀어 스노볼을 쫓아내고, 독재자가 됩니다.

나폴레옹의 입 역할을 맡은 돼지 '스퀼러'는 현란한 말솜씨로 동물들을 속입니다. 돼지들이 우유와 사과를 독차지하는 것은 "농장을 잘 이끌기 위해서"라고 하고, 쫓겨난 스노볼은 농장을 망치려고 했던 주범이라는 것이지요. 기억력이 좋지 않은 동물들은 점차 과거를 잊고 돼지들의 거짓말을 믿기 시작합니다.

돼지들은 밤마다 몰래 일곱 계명의 내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꿉니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계명에 '이유 없이'라는 단서를 추가하는 식이지요. 글을 읽지 못하는 동물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입니다.

이 이야기는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과 그 이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 조지 오웰은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사회주의 혁명이 스탈린이라는 독재자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는지를 지켜보았습니다.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각각 스탈린과 그의 경쟁자 트로츠키를 상징하지요.

이 이야기는 어떻게 진실이 왜곡되고 대중이 속아 넘어가는지에 대한 보편적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돼지들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구호로 토론을 막아버리죠. 이 장면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동물들은 기묘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돼지들이 두 발로 서서 인간과 함께 카드놀이를 하며 웃고 떠드는 것이지요. 동물들은 창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다가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착취하는 주인이 인간에서 돼지로 바뀌었을 뿐, 동물들의 삶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입니다.


이진혁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