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몸속을 누비는 트랜스포머 로봇…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입력 : 2025.09.15 03:30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
과학 영화나 소설 속 발명품이 우리 생활 속에 실제로 등장한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작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 일도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지요. 저자인 김민준 교수(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기계공학과)는 나노로봇 분야에서 이 같은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스로 모양을 바꾸며 인체 내부를 탐사하는 '트랜스포머' 나노로봇을 개발했어요. 이 책은 영화 같은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나노로봇 과학자의 도전기입니다.
저자가 만드는 나노로봇은 머리카락 굵기(약 0.1㎜)보다도 훨씬 더 작습니다.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을 정도죠. 김 교수는 이 나노로봇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막힌 혈관을 뚫거나, 필요한 곳에 약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사람 몸속에는 혈액, 콧물 같은 다양한 액체가 흐르고 있어서 로봇이 한 가지 모양만 가지고는 제대로 움직이기 어렵죠. 마치 아스팔트길만 있는 게 아니라 모래길, 진흙길, 바위길이 섞여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로봇처럼, 나노로봇이 스스로 모양을 바꾸도록 만들었습니다. 액체의 성질이 달라지면 로봇도 그에 맞게 모양을 바꾸며 움직일 수 있는 겁니다. 이 아이디어의 배경에는 약 30년 전 나온 영화 '이너스페이스'가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작은 잠수함을 타고 몸속을 탐험하는 장면이, 김 교수에게 연구의 영감을 주었다고 해요. 결국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이어진 겁니다.
과학자들은 남들이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을 개척합니다. 새로운 길을 여는 창의성은 이미 있는 것들을 연결 지어 보고,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상상해 보는 능력입니다. 그러한 연결 짓기와 상상하기의 결과가 '트랜스포머' 나노로봇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나노로봇에 인공지능(AI)을 넣어 스스로 학습하고 더 똑똑하게 움직이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과학이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나노로봇을 예로 들어 볼까요? 로봇을 움직이려면 전기와 컴퓨터가 필요하고, 몸속에서 잘 작동하려면 재료공학과 의학 지식도 필요합니다. 여기에 물리·화학·수학까지 힘을 보태야 하지요. 당연히 과학자 한 사람이 이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팀을 이루는 겁니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혁신'입니다. 저자는 혁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상상이 현실이 될 때 그것이 '혁신'이다. 그리고 혁신은 다양한 사람이 함께하면서 기술이 융합될 때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