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지금까지의 혜택 사라집니다!"… 이런 문구, 소비자 속이는 함정이에요

입력 : 2025.09.11 03:30

다크패턴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Q. 친구가 정기 결제를 해지하려다가 방법을 못 찾아서 실패한 적이 있어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다크 패턴' 규제에 나선다고 하던데, 이게 뭔가요?

A. 온라인에서 '최저가'라고 쓰여 있어서 주문하려 했는데, 막상 결제 단계에서 금액이 늘어난 적 있나요? 혹은 별생각 없이 '동의'를 눌렀다가 갑자기 유료 서비스에 가입된 경우는요? 그때 '낚였다'는 기분이 들었다면, 이게 바로 다크 패턴에 당한 거예요.

다크 패턴은 2010년에 한 인지과학자가 이름 붙인 개념인데요.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게 서비스 이용 화면(사용자 인터페이스)을 설계해 놓는 겁니다.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속여서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거죠.

사람들은 늘 똑똑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귀찮거나 복잡하면 조금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대충 넘어가기도 하죠. 다크 패턴은 이런 마음을 노려서 교묘하게 소비자가 불리한 선택을 하도록 만듭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손해 보는 걸 싫어해요. 이러한 '손실 회피 성향'을 자극하는 방법이 있죠. 회원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회원 탈퇴를 하려는 소비자들을 이런 문구를 통해 붙잡아요. "정기 결제를 해지하면 지금까지의 혜택을 모두 잃습니다!" "회원 혜택을 포기하겠습니까?" 같은 문구를 반복해서 노출하는 거예요. 그러면 소비자들은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돼서 일단 탈퇴를 포기해요.

'앵커링 효과'를 이용해 구매를 유도하기도 해요. 배가 닻을 내리면 닻 주변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도 처음 접한 정보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정가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부른 뒤 할인율을 키웁니다. 옷 가게에서 원래 가격을 10만원이라고 크게 써 붙여 두고, 실제로는 3만원에 파는 옷이 있다고 해 볼까요? 사실 그 옷의 실제 가치는 3만원 정도인데, 처음 본 10만원이 머릿속 기준점(앵커)이 돼서 엄청 싸 보이는 거예요. 할인가가 유리하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결제하도록 하는 것이죠.

'사회적 증거'를 이용하기도 해요. 다른 사람이 많이 산 상품이라면 왠지 더 믿음이 가잖아요? 그래서 '품절 임박!' '주문 폭주 중!' 같은 문구를 붙이고, 좋은 후기만 보이게 해요. 나쁜 후기는 감춰버리기도 하죠.

최근엔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다크패턴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요. 다크패턴을 불공정 행위로 보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죠. 다만 법과 규제가 모든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다크패턴에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도 "혹시 속임수가 아닐까" 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연유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