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배우는 세상] "태도 선택할 자유는 뺏을 수 없다" 아우슈비츠에서 얻은 깨달음
입력 : 2025.09.11 03:30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음|이시형 옮김|출판사 청아출판사|가격 1만3000원
이 책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유대인인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끔찍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의심했고, 양심을 지키는 건 사치가 되었지요. 매일 동료들이 가스실로 향하는 모습을 힘없이 지켜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프랭클은 절망 속에서도 인간의 힘을 발견합니다. 그는 힘든 노동 속에서도 아내를 떠올렸습니다. 아내가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마음속에서 아내의 모습은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프랭클은 그 순간 사랑만큼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에게 힘이 된 것은 '언젠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살아 있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사랑 그 자체의 힘이었지요.
프랭클은 여기서 중요한 진리를 발견합니다. "사람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자유, 즉 태도를 선택하는 자유만큼은 빼앗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같은 수용소에서도 어떤 이는 절망에 무너졌지만, 어떤 이는 마지막 남은 빵 한 조각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태도는 크게 달랐던 것이지요.
프랭클은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훗날 '로고테라피(의미 치료)'라는 새로운 정신 치료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삶을 대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삶이 우리에게 무언가 해주기를 수동적으로 기대합니다. "인생에서 좋은 일이 생길까?"라는 것처럼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삶이 지금의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입니다. 이것은 마치 인생이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너는 어떤 사람이 될 거니?'라고 숙제를 내주는 것과 같죠. 저자는 여기에 올바른 행동과 태도로 답하는 것, 곧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리 존재의 의미가 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철학자 니체의 말을 빌려 이렇게 설명합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라고요.
이 책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이야기하는 '비극 속의 낙관주의'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무너질 듯한 순간에도 우리는 스스로 묻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태도를 선택할 것인가?" 저자는 삶의 의미가 일상의 작은 책임과 사랑 속에 있음을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