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족제비 닮은 외모에 아담한 몸집인데… 맹독 가진 코브라도 사냥해요

입력 : 2025.09.10 03:30

몽구스

얼마 전 TV 동물 프로그램에 소개된 줄무늬몽구스<사진>가 화제예요. 무리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는 녀석인데, 간식으로 넣어준 달걀을 바닥에 내리쳐서 흘러나오는 노른자를 동료들과 나눠 먹었죠. 사회성 강하고 똑똑한 몽구스의 특성이 드러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어요.

아프리카·중동·인도부터 남유럽 일부에 서식하는 몽구스는 살아가는 지역에 따라서 몸의 크기와 색깔이 조금씩 다르답니다. 몽구스 중에서도 덩치가 큰 이집트몽구스나 흰꼬리몽구스는 꼬리를 제외한 몸길이는 70㎝ 정도죠. 길고 호리호리한 몸에, 짧은 네 다리를 보면 족제비와 아주 흡사해요. 하지만 전혀 별개의 무리랍니다.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 유명한 사향고양이와 아주 가까운 동물이에요.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몽구스는 다른 맹수들에 비하면 아담한 몸집을 갖고 있지만 덩치 큰 다른 맹수들 못지않은 사냥 솜씨를 자랑한답니다. 몽구스의 주된 먹잇감은 새와 개구리, 도마뱀, 곤충 등인데요. 그중에서도 코브라 같은 맹독을 가진 뱀도 거뜬히 사냥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특히 코브라와 싸우는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해요. 털을 바짝 세우고, 잽싸게 머리를 물고는 바로 물러나기를 반복해 뱀에게 반격할 틈을 주지 않죠. 디즈니 만화영화로도 유명한 정글북의 원작 소설에는 주인을 지키기 위해 독사와 용감하게 싸워 이기는 회색몽구스의 활약을 그린 이야기도 나온답니다.

예전에는 몽구스가 빠른 몸놀림만으로 뱀을 이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몽구스 근육에는 뱀의 독에 마비되지 않는 특별한 내성이 있다고 해요.

상당수 몽구스는 사회성이 강해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죠. 복잡한 미로 같은 땅굴을 파고 두 발로 서서 망을 보는 것으로 유명한 미어캣도 몽구스의 한 종류랍니다. 그런데 몽구스 무리 중에는 한발 더 나아가 다른 동물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녀석도 있어요. 바로 가장 작은 몽구스인 난쟁이몽구스인데, 주식인 벌레를 사냥할 때 코뿔새와 협력해 천적이 접근하는지 서로 망을 봐준대요.

용맹하고 사냥 솜씨가 뛰어난 몽구스를 눈여겨본 사람들이 쥐를 퇴치하겠다며 자기 나라에 풀었다가 혼쭐이 난 사례가 있답니다. 19세기 하와이와 서인도제도에서는 사탕수수 농사를 훼방 놓는 쥐들을 없앨 목적으로 몽구스를 데려다가 풀었어요. 그런데 몽구스들이 쥐뿐만 아니라 새 같은 토종 생물까지 마구 잡아 씨를 말리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대요.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희귀 동물들이 많이 사는 아마미오섬에서 독사를 없애기 위해 1979년 방사한 몽구스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 희귀 동물들까지 마구 잡아먹어 문제가 됐어요. 처음 데려올 땐 30마리였는데, 폭발적으로 증식해 수만 마리가 됐죠. 30년 동안 퇴치 작전을 벌인 다음에야 비로소 자취를 감췄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