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가려진 달이 붉게 보이는 건 지구 대기 때문이래요

입력 : 2025.09.09 03:30

개기월식

어제(8일) 오전 2~3시 밤하늘을 올려다본 사람들은 평소와는 다른 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노랗게 빛나던 보름달이 조금씩 어두워지더니 마침내 붉은빛으로 변하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졌어요. 이는 개기월식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월식은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놓여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입니다. '개기(皆旣)'란 '모두 다 가려진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 같은 개기월식이 국내에서 관측된 건 2022년 이후 3년 만이랍니다. 오늘은 이 개기월식의 비밀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달이 빛나는 이유는 태양빛 때문

밤하늘의 달은 어떻게 환하게 빛나는 걸까요? 달은 태양과 달리 자체적으로 빛을 낼 수 없어요. 달이 빛나는 것은 1억5000만㎞ 떨어진 태양에서 온 빛을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구와 달, 태양이 일직선으로 놓이면 달 입장에서는 지구가 태양을 완전히 가리게 됩니다. 지구의 그림자 속에 들어간 달은 태양빛을 직접 반사할 수 없게 돼 평소보다 밝기가 어두워지죠. 월식에는 개기월식과 부분월식이 있습니다. 개기월식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것이고, 부분월식은 달의 일부만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으로 마치 달의 한쪽이 베어 먹힌 듯 어둡게 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구의 그림자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태양빛이 전혀 들어오지 못하는 가장 진한 그림자를 본그림자라고 하고, 빛이 일부만 들어와 옅게 드리워지는 부분을 반그림자라고 부르죠. 마치 햇볕 아래 책을 놓으면 책 바로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생기고, 그 가장자리는 옅게 퍼지는 그림자가 생기는 것과 비슷해요.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날엔 달에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우다가, 마침내 본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달이 붉게 빛나게 됩니다. 개기월식 날 붉은빛으로 물든 달을 '블러드문(Blood Moon)'이라 불러요. 이 아름다운 달을 보려고 개기월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도 많답니다.

참고로 월식(月蝕)은 달이, 일식(日蝕)은 태양이 가려지는 현상입니다. 월식은 달이 먹히고, 일식은 해가 먹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쉽답니다. 달은 불투명한 천체라서 태양 앞을 지날 때 태양빛을 완전히 막아 버리지요. 그래서 개기일식이 일어나면 한낮에도 저녁처럼 깜깜해지고, 심지어 별까지 보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과학] 가려진 달이 붉게 보이는 건 지구 대기 때문이래요
그림자 속 달은 왜 붉게 보일까?

달이 지구 그림자 속에 들어갔다면 아예 보이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붉게 보이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지구의 대기에 있습니다. 지구 대기에는 질소와 산소, 그리고 작은 먼지 같은 입자들이 떠 있어요. 이 입자들은 태양빛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을 빛의 산란이라고 부르지요. 원래 곧게 가던 빛이 대기 속 작은 입자들과 부딪히면서 방향이 바뀌어 여기저기로 퍼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빛이 똑같이 흩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파란빛은 파장이 짧아서 잘 흩어지고 멀리 가지 못합니다. 반대로 붉은빛은 파장이 길어서 덜 흩어지고 먼 거리까지 닿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 파란빛은 대부분 흩어지고, 살아남은 붉은빛이 달까지 가 닿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개기월식 때 보는 붉은 달은 지구 대기를 통과한 붉은빛이 달을 비춘 결과랍니다.

이 원리는 우리가 매일 보는 노을과 똑같습니다. 해가 뜨거나 질 때, 태양빛은 우리 눈에 들어오기까지 더 긴 경로를 거쳐야 하지요. 태양이 머리 위에 있을 때는 태양빛이 수직으로 짧게 닿지만, 지평선 가까이에 있을 때는 비스듬히 들어오게 되니까요.

그래서 그 과정에서 파란빛은 흩어져 사라지고, 끝까지 남은 붉은빛만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아침놀과 저녁놀 때 온 하늘이 붉게 물들게 되는 것이지요. 개기월식에서의 붉은 달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에서 맞이하는 거대한 노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 대기 상태에 따라 색깔 달라져

여기서 재밌는 점이 있어요. 바로 개기월식 때 보이는 블러드문은 그때마다 색깔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겁니다. 공기가 깨끗하고 대기가 맑을 때는 밝은 주황빛이나 구릿빛처럼 반짝이지만, 큰 화산이 폭발해 먼지가 공기 중에 많이 퍼져 있을 때는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두운 갈색에 가까워집니다. 심할 때는 달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검게 어두워질 때도 있어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노을도 비슷해요. 어떤 날은 하늘이 선명하게 붉지만, 어떤 날은 흐리게 보이거나 주황빛·보랏빛을 띠지요. 하늘의 색깔은 그 행성을 둘러싼 대기의 성질과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을의 색은 행성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요. 지구에서는 해가 질 때 붉은 노을이 펼쳐지지만, 화성에서는 반대로 파란 노을이 나타납니다. 화성 대기에 있는 먼지는 붉은빛을 잘 흩뜨리고, 파란빛을 잘 통과시키기 때문이지요. 하늘의 색은 그 행성의 대기 환경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인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2032년 달에 착륙선을 보낼 계획인데요. 마침 2032년에는 4월 25일과 10월 19일에 개기월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의 달 착륙선이 촬영한 개기월식 때의 지구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기월식을 달에서 보는 것은 인류가 자기 자신을 새로운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특별한 기록이 되겠지요.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