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갖은 치욕 견디며 역사 기록했던 사마천 "지나간 일 쓰며 다가올 일 생각했다"

입력 : 2025.09.08 03:30

사기열전

[꼭 읽어야 하는 고전] 갖은 치욕 견디며 역사 기록했던 사마천 "지나간 일 쓰며 다가올 일 생각했다"
사마천 지음|김원중 옮김|출판사 민음사|가격 1만 5000원

옛날 중국 한나라 때 살았던 사마천(기원전 145~86년)은 '사기(史記)'라는 역사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어요. 왕들의 이야기인 본기, 제후들의 기록인 세가, 특별한 인물들의 이야기인 열전, 주제별로 역사를 기록한 서, 연표인 표입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기본적인 틀을 만든 사람이 바로 사마천이지요.

그중에서도 인물 중심 이야기인 열전은 옛사람들의 삶에 담긴 교훈을 배울 수 있어 따로 책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전에 실린 이야기들을 조금 살펴볼까요? 첫 장은 백이와 숙제 이야기입니다. 백이는 고죽이라는 작은 나라의 왕위를 이어받을 사람이었지만, 동생 숙제와 서로 왕 자리를 양보하다가 어느 쪽도 왕이 되지 못하고 나라를 떠나게 됩니다. 그들은 당시 힘이 커지고 있던 주나라로 가지요. 그런데 주나라의 왕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다른 나라를 정벌하려고 군대를 일으킵니다. 이것을 본 형제는 "아버지 장례도 끝내지 않았는데 전쟁을 하다니, 이것은 불효다"라고 비판합니다. 그러고는 주나라의 곡식조차 먹지 않고 산에서 나물을 캐 먹으며 살았습니다. 사마천이 보기에 정의롭게 산 백이와 숙제는 결국 굶어 죽었고, 정의롭지 않은 사람들은 돈과 권력을 차지하며 잘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마천은 이런 질문을 던졌죠. "이런 것이 하늘의 도리라면, 이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이번엔 '화식열전'이라는 장을 보겠습니다. 여기서 화식(貨殖)은 재물을 늘린다는 뜻입니다. 이 장에는 큰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지요.

여러 세대 동안 부유했던 임씨 가문은 부유한 이들이 사치할 때 검소하게 살며 농사와 목축에 힘썼습니다. 밭과 가축을 살 때도 미래를 내다보고 값이 비싸도 질 좋은 것을 고르며 부를 축적했다고 합니다. 또 조간이라는 사람은 노예를 귀하게 대했습니다. 사납고 교활한 성격의 노예에게도 기회를 주어 생선과 소금 장사를 시켰고, 사람들을 잘 관리하며 큰 부를 쌓았다고 합니다.

보통 고대의 역사책은 왕이나 전쟁, 나라의 흥망성쇠 같은 큰 정치사만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마천은 돈을 벌고 재산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역사로 기록했지요. '화식열전'은 그냥 '부자 자랑'이 아니라, 어떤 태도와 선택이 부를 만들고 지켰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마천은 백성들의 삶과 현실적인 문제에도 깊이 관심을 가진 역사학자였던 것이지요.

사마천은 한무제에게 미움을 사 생식기를 제거하는 형벌인 궁형에 처해졌던 인물입니다. 그는 온갖 고통과 치욕을 당하면서도 '사기' 저술에 몰두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현인과 성인은 모두 마음속에 맺힌 울분을 발산할 길이 없어서, 지나간 일을 서술하며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생각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