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깊은 바다에선 제트기처럼 빠르게… 해안가에선 속도 줄며 거대한 파도 돼요

입력 : 2025.09.04 03:30

지진해일(쓰나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이와테현 미야코시의 해안가를 덮친 지진해일의 모습. /위키피디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이와테현 미야코시의 해안가를 덮친 지진해일의 모습. /위키피디아
지난 7월, 러시아 캄차카반도 근처 해저에서 규모 8.8의 엄청난 지진이 발생했어요. 20세기 이후 전 세계에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여섯째로 큰 지진이었죠. 이 지진은 해저를 뒤흔들어 거대한 지진해일까지 발생시켰습니다. 흔히 '쓰나미'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우리말로 지진해일이라고 한답니다. 캄차카반도와 가까운 쿠릴열도에서는 약 5~7m 높이의 지진해일이 관측됐고, 멀리 태평양 한가운데 하와이까지 영향을 받아 약 1.7m 높이의 지진해일이 관측되기도 했어요.

지진해일은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적인 파도와 무엇이 다를까요? 둘은 겉모습은 비슷해 보이지만, 생성 원리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답니다. 일반적인 파도는 주로 바람에 의해 해수면 근처의 얕은 층이 흔들리는 현상이에요. 바람이 수면 위를 지나가는 과정에서 물이 요동쳐서 만들어지는 것이죠. 반면 지진해일은 해저에서 발생한 충격으로 바닷속 깊은 곳부터 해수면까지 바닷물이 거대한 덩어리째로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지진해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해저에서 발생하는 지진이에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지각은 여러 개의 판으로 구성되어서 서로 움직이고 부딪치면서 지진을 발생시키는데요. 해저에서도 이 땅덩어리들이 충돌하면서 바닷물을 밀어내거나 끌어당기면서 지진해일이 생겨납니다. 2004년 인도네시아 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지진해일이 대표적인 사례죠. 또 해저화산이 폭발할 때 지진해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진해일은 깊은 바다에서는 속도가 시속 500~800㎞에 달해요. 마치 제트기와 같이 빠르게 이동하지만, 파도의 높이가 낮아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아요. 하지만 이 파도가 수심이 얕은 해안가로 다가오면,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대신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높이가 뚜렷하게 높아집니다. 깊은 바다는 고속도로처럼 넓고 깊으니 물결(차)이 빠르게 달리고, 해안가는 골목길처럼 좁아서 속도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결국 바다에서 넓게 퍼져 있던 물이 좁은 해안가로 몰리면서, 그 에너지가 한곳에 모여 거대한 벽 같은 파도가 되어 육지를 덮치게 되는 것입니다.

기상청은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이에 맞춰 재난 문자, TV 방송을 통해 경보를 발령하고 있어요. 만약 지진해일 경보를 듣는다면 당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먼저 해안가에 있을 땐 바다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높은 언덕이나 건물 위로 빠르게 이동해야 해요. 피할 시간이 없다면, 철근 콘크리트로 된 3층 이상의 건물로 올라가야 해요. 파도가 지나갔다고 해서 안심하지 말고 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높은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바다 위 배에 있을 때엔 항구로 돌아오지 말고, 더 깊고 넓은 바다로 나가야 해요. 깊은 바다에서는 지진해일의 파도 높이가 낮아져서 비교적 안전하거든요. 지진해일은 분명 무서운 자연현상이지만, 미리 대비하면 안전을 지킬 수 있답니다.

이미선 기상청장